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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종이 한장, 그야말로 밀리미터(㎜) 차이로 금메달과 은메달의 향방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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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으로는 어느 볼이 더 가까운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심판이 측정도구를 꺼냈다. 먼저 작은 손전등을 꺼내 표적구와 색깔공 틈새 공간 차이를 확인했다. 미세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어 주머니칼처럼 생긴 다른 측정도구를 꺼냈다. 얇은 금속판 모양의 도구를 펼쳐 표적구와 양팀 색깔공 사이에 천천히 밀어넣었다. 금속판은 한국의 파란색 볼과 표적구 사이는 통과했지만, 표적구와 홍콩의 빨간색 볼 사이는 통과하지 못했다. 빨간색 볼이 완전히 표적구에 붙어있다는 뜻이다. 거의 1㎜ 정도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끝내 금메달과 은메달의 분기점이 되고 말았다.
3-4로 쫓긴 한국은 4엔드에서 동점 혹은 역전을 노렸다. 경기가 썩 잘 풀리진 않았다. 그래도 강선희가 2~4구를 연속으로 굴려 표적구를 에워쌓다. 그러나 홍콩이 2구째로 표적구를 직접 쳐내며 강선희가 세운 벽을 무력화시켰다. 이어 3구째로 자기 볼을 밀어 표적구 옆에 세웠다. 한국의 턴이 됐다. 정호원이 남은 볼 2개로 득점 포지션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홍콩의 빨간 색 볼이 좀 더 가까웠다. 승리가 확정된 홍콩은 2개 남은 볼을 심판에게 반납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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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정호원-강선희 페어는 패배의 마음을 서로 어루만지는 훈훈한 말들을 남겼다. 정호원은 "마지막 엔드에서 실수한 것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안 좋다. 파리에 오기 전 누나(강선희)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강선희는 "사실 근데 이 은메달도 정호원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200% 만족한다"며 옆에 있는 정호원에게 "정말 고생했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어 "정호원에게 꼭 2관왕 타이틀을 줘야겠는 다짐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그 부분이 제일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정호원은 "대회를 다 마친 뒤 하려고 개인전 금메달 후 어머니에게 연락도 못했다"며 "엄마, 나 대회에서 잘했고. 건강하게 귀국할게"라고 인사를 전했다.
강선희는 "이번 패럴림픽이 첫 출전이다 보니 솔직히 금메달은 너무 욕심이다 생각했고, 그냥 메달 색깔 없이 메달만 하나 가져가자는 게 목표였다. 일단 목표도 이룬 데다 페어에서도 메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만점을 주고 싶다"라며 "대회 기간에 가족으로부터 연락이 한번도 안와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부담될까봐 경기 파트너에게만 연락하고 있더라. 그만큼 가족들이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봤던 것이다. 메달이라는 결과가 있어서 가족들한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