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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은 둥글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레전드' 한민수 감독은 "선수 때나 감독 때나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다. 긴장되고 목이 탔다"면서 "평창 때도 결승 진출을 못하지 않았나. 이번 대회 우리의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이 공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공수 조화가 완벽한 경기였다. 한국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유효 슈팅(17대15), 세이브(15대13) 부문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한 감독은 "골이 안 터지면 디펜스들이 불안해한다. 그러니 상황이 보이면 (포워드들이) 본인이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다보면 역습을 받아 실점하는 경우가 있다"며 "오늘 경기에도 이러한 위기가 있는데도 (선수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플레이해준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돌아봤다.
베테랑들의 활약이 빛났다. 부산장애인아시안게임 펜싱 은메달리스트 출신 장동신(46)은 2골 1어시스트를, 정승환(36)과 이종경(49)이 각각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충분히 믿었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굉장히 힘든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최선을 다해준 모습들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특히 4년전 평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렸던 장동신은 이날도 눈부신 활약으로 '이탈리아 킬러'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승리를 결정 짓는 선제 결승골과 준결승행에 쐐기를 박는 네 번째 골을 모두 책임졌다. 경기 종료 2분 22초 전 한국 공격 진영에서 이뤄진 페이스오프 직후 장동신이 퍽을 띄워 이탈리아 골문으로 멀리 날려보냈고, 퍽은 골리가 없는 이탈리아 골문에 그대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한 감독은 센스 넘치는 마지막 골을 극찬했다. "이탈리아 골리가 없었다. 1골이라도 넣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골리를 빼고 6명의 플레이어로 운영했다. 우리 팀 주장 장종호가 페이스오프를 얻어낸 후 장동신이 덤프(공격 지역으로 퍽을 처넣는 것)해서 골대로 넣은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패럴림픽 2연속 메달을 진검승부가 시작된다. A조 2위 캐나다와의 리턴 매치다. 캐나다는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동메달, 2018년 평창 대회 은메달을 따낸 세계 2위의 강호다. 한국은 이번 대회 A조 조별리그에서 캐나다에 0대6으로 패했다. 캐나다와의 준결승전을 앞둔 한민수 감독은 "우리가 이번 대회 스포츠 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력분석에 정성을 많이 쏟았다. 미국, 캐나다에 대한 전력 분석이 잘 돼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어느 팀이 오든 그 팀을 이겨야 꿈의 결승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내일 하루 체력을 잘 회복해 국민 여러분들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의 목표는 평창 때 이루지 못한 결승 진출이다. 퍽은 둥글다. 캐나다가 강팀이지만 우리가 잘 막아내고 기회를 살린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의기 투합해서 꼭 목표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한국과캐나다의 준결승은 11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간) 열린다.
베이징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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