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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자타리 난민캠프 '탁구레슨'유승민 IOC위원 "아이들 총총한 눈빛, 내가 배우고간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08 17:11 | 최종수정 2018-04-09 00:43



사진제공=ITTF

발로 뛰는 스포츠 행정가, 유승민 IOC위원(36)이 지난 6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 나타났다.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대한민국 유일의 IOC멤버로, 평창선수촌장으로 동분서주하던 유 위원의 요르단 깜짝 방문이었다.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이 한창인 암만에서 조우한 유 위원은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탁구 행사가 있다고 해 달려왔다"며 활짝 웃었다.

IOC위원이자 국제탁구연맹(ITTF)선수위원, 대한체육회 이사 겸 선수위원장,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인 유 위원은 올림피언으로서 자신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이날은 국제탁구연맹(ITTF)이 정한 '세계탁구의 날'이자 피스앤드스포츠재단이 정한 '국제 스포츠 발전과 평화의 날(the International Day of Sport for Development and Peace)'이었다.

요르단 북부의 자타리 난민캠프는 2012년 요르단과 시리아 사이 사막 국경을 넘은 난민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돼, 현재 8만 명의 난민들이 머무는 곳이다. 12개 구역으로 나뉘어진 캠프 곳곳에서는 NGO단체들이 마련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 탁구 챔피언' 유 위원은 피스앤드스포츠재단, 유엔난민기구, ITTF재단이 함께하는 '더불어 살기(Live Together)'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토마스 위커트 ITTF회장과 함께 요르단을 찾았다. 자타리 캠프에서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탁구 워크숍을 직접 진행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유 위원은 올림픽 남자단식 종목에서, 마지막 비중국인 챔피언이다. 은퇴 직후 2016년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IOC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은 세계 탁구계에서 레전드로 통한다. '올림픽 챔피언' 유승민의 방문 소식에 자타리 난민촌의 아이들은 기대감에 들떴다. 피스앤드스포츠재단과 ITTF는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일제히 유 위원의 참가소식을 알렸다.







이날 새벽, 암만에 도착한 유 위원은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넘게 캠프 5곳을 돌며 120여 명의 아이들과 마음을 다해 탁구를 쳤다. 유 위원은 "변변한 탁구대도 없이 나무 테이블에 엄마 스카프로 네트를 만들어 탁구를 치던 소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과 '나무 테이블' 배틀을 펼치며 '두 아이의 아버지' 유 위원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어린 시절, 초심도 떠올렸다. 유 위원은 "아이들의 눈빛이 너무나 총총했다. 잊을 수가 없다. 한번이라도 더 해보려는 열정이 마음에 와닿았다. 간만에 탁구라켓을 잡고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힘들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너무나 열정적인 아이들의 모습에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여태까지 너무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의 표정, 동작 하나하나가 절실했다. 이 어린 친구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위원은 "요르단탁구협회가 또 초청하고 싶다고 하기에 '언제든 오겠다'고 약속했다. 열정 있는 아이 한둘은 내가 운영하는 유승민탁구클럽에 초청하고 싶다고 했더니 비자 문제가 복잡하다고 하더라. 잘 해결되면 좋겠다." 지속적인 지원과 실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용기를 주러 갔다가 오히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꿋꿋이 견뎌내야 한다는 용기를 얻고 왔다. 탁구를 가르치러 왔다가 내가 오히려 배우고 간다"며 고개 숙였다.

'젊은 스포츠 행정가' 유 위원은 스포츠를 통해 가치를 실현하는 일, 동료 체육인들과 연대해 더 좋은 스포츠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지난 3일 박정은, 이옥성, 남현희, 유연성, 홍석만 IPC위원 등 마음맞는 체육인들과 함께 사단법인 두드림(Do Dream) 스포츠협회도 발족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도전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은퇴선수, 체육전공자 및 종사자들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및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화합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주고, 국민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 위원은 "스포츠를 통해 유소년에게는 꿈을, 다문화아이들에게는 사랑을, 장애인들에게는 차별 없는 스포츠 환경을, 시니어들에게는 건강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유 위원은 "작년 유승민탁구클럽에서 진행한 다문화가정 캠프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스포츠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더 소중한 가치를 나누고 누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열심히 발로 뛰겠다"고 약속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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