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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디비전 승격은 내가 그린 과정의 일부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지금은 기어를 바꿔야 할때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하이라이트였다. 한국은 전 세계 19개국만이 누렸던 톱디비전행이라는 기적을 썼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코카콜라 체육대상 2017년 4월 MVP에 선정됐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기적, 이것만으로도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지만, 백 감독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또 다른 기적을 정조준하고 있다. 무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백 감독에게서 한국, 한국 아이스하키, 가족, 그리고 평창올림픽에 대해 들어봤다. 강하면서도 섬세한 그의 답변에서 한국 아이스하키가 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었고, 동시에 평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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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다. 모두가 축하해줬다.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정이 북받친다. 사람들도 이제 조금씩 알아본다. 하지만 이제 평창 준비해야 한다. 기어를 바꿔야 한다. 어떻게 준비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스탠리컵 우승과 비교하면 어떤가.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이 주는 기분은 항상 똑같다고 생각한다. 둘다 모두 환상적이었다.
-눈물이 화제가 됐었는데.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을 알기에 감동적이었다. 큰 대회에서 뛴다는 것은 엄청난 중압감을 준다. 그래서 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안도감이 밀려오더라. 그 순간,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얼싸안고 좋아하더라. 그래서 더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눈물이다. 나이를 먹은 것 같기도 하다.(웃음)
-한국에서 이렇게 아이스하키가 주목받은 적이 없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성장하고 있다. 정말 멋진 일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지금, 미디어와 사람들이 아이스하키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한국 아이스하키는 분명 좋아지고 있다. 대표팀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안양 한라는 2시즌 연속 아시아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서 연고전 같이 관중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경기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표도 많이 팔릴테니까.(웃음)
-솔직히 이 정도 성적을 기대했나.
나는 언제나 우리가 최고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가 최고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나는 우리 선수들 모두가 최고가 되기 위해 매일 성장하길 바란다. 꾸준한 성장이 지속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준비하는 이유다. 단지 괜찮은 정도로만 준비하면 안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준비를 잘하고, 경기를 지배한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내가 선수들에게 과정을 가르치는데 있어 예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톱디비전에 진출한 것은 내가 그려놓은 과정의 일부였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면 승격할 수 있는지, 이제 어떻게 준비해야 잔류할 수 있는지 등을 모두 배우는 이 모든 것이 다 과정이다.
-엄청난 성과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기도 했는데.
히딩크 감독은 훌륭하신 분이다.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과 비교 되는건 굉장히 영광이다. 나는 그저 우리 선수와 팀을 위해 나의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우리 선수들은 열정이 있다. 그렇다면 발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선수들은 디테일한 지도법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
학교에서 글을 쓰더라도 디테일이 중요하다. 무엇을 하더라도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한다. 내가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의식이었다. 이유와 목적이 명확하다면 디테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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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나를 젊게 한다. 선수들과 함께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고 한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는지, 싸웠는지까지 알아야 한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성향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 물론 선수들은 나를 코치로 봐야 하고 나도 코치로써 최선을 다하고 힘든 결정을 해야한다. 형과 코치는 종이 한장 차이다. 모두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눈이 푸르다고 외인으로 나누면 안된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최고를 꿈꾸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서로 잘 도울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선수 백지선과 감독 백지선은 어떻게 다른가.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쉽진 않지만, 내가 만일 죽으면 주변인들에게 좋은 사람, 동료, 선수였고, 열심히 한 좋은 리더로 기억되길 바란다. 코치가 된 후에는 내가 경험한 것들을 전하고 그간 생각해온 것들을 하려 한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그들의 삶과 함께 하려 한다.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내가 선수들을 믿고 신경 쓰고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힘든 길을 각오하고 한국 지휘봉을 잡게된 이유가 궁금하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내 인생 전체를 바꿔야 했다.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온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지지해주더라. 정말 고마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한국 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다. 이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데 아내가 그러더라. '당신이 언젠가 한국 대표팀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 기억하느냐고. 내가 태어난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 자체가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돌아와서 본 한국 아이스하키는 어땠나.
예전에 코칭클리닉 하고 선수때 방문 했을때 보다는 엄청나게 발전했다. 한국 선수들이 스케이팅, 패싱, 슈팅은 좋다. 물론 더 성장해야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북미선수들을 봐라. 엄청난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부족하다.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하키 센스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도 발전하고 싶다는 의지만은 분명했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의 지원은 대단하다.
-박용수 코치와 호흡이 좋은데.
그는 내 오른팔이다. 항상 논의한다. 그가 이를 두고 싸웠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항상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영감을 준다. 경기장 밖에서 우리는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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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시작이다. 이번 성공으로 조금씩 사람들에 아이스하키가 노출되기 시작했다.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심어줄 수 있다. 그 다음은 경험을 심어줘야 한다. 다양한 플레이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코치의 존재가 필수다.
-한국 생활은 어떤가.
만족스럽다. 가족들도 잘 지내고 있다. 음식도 잘 맞는다. 휴식에는 늘 가족과 함께 한다. 딸(메건·14)이 테니스를 하고 아들(카일러·12)이 아이스하키를 한다. 아들은 지금 팀 주장이다. 재밌어한다. 아이들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다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내가 대회 때문에 외국에 있을때 홀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하다.
-평창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 했던 것처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올림픽은 준비할게 더 많다. 올림픽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상대는 더 강하고, 우리가 준비할 것은 많다. 다행히 우리는 팀으로 더 나아지고 있다. 귀화 선수들의 활약에 집중돼 있지만 그들만의 힘은 아니다. 한국 선수들도 조금씩 해외를 경험하면서 실력이 더 좋아졌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이 케미라고 생각한다. 함께 발전했기 때문에 톱디비전에 갈 수 있었다. 득점원이 고르게 분포됐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귀화 선수, 한국 선수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캐나다를 상대해야 하는데.(백 감독은 캐나다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나는 한국대표팀의 감독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아니라 우리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지 캐나다가 이전까지 얼마나 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평창올림픽의 목표는.
국제 대회에서 애국가를 들으면 감정이 북받친다. 한국 대표팀을 맡은 것은 나에게 엄청난 영광이다. 한국 선수들에게 더 높은 꿈을 심어주고 싶다. 평창올림픽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 지금 해온 것처럼 매일매일 성장하다보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물론 목표는 메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