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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에서 1, 2위를 질주하고 있는 전북과 수원의 간판 킬러가 이적했다. 전북의 에두는 중국 2부 리그, 수원의 정대세는 J리그로 떠났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도 없다. 벙어리 냉가슴이다.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은 '역시 프로는 돈이다'는 것이다. 이적 제의가 오면 선수들이 먼저 흔들린다. 구단이 받는 이적료도 쏠쏠하다. 보낼 수밖에 없다. 지난해 K리그의 평균 연봉은 1억9300만원이었다. 국내 선수들의 평균은 1억6300만원, 외국인 선수들은 4억94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선수 연봉킹은 이동국(전북)으로 약 11억1400만원이었다. 2위 김신욱(울산)은 10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선 몰리나(서울)가 13억2400만원으로 1위, 레오나르도(전북·11억8500만원)가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동과 중국 시장에선 10억원도 우습다.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수준이다. '오일 머니'에 이은 중국 시장의 파격적인 공세는 K리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주를 훌쩍 넘었다.
그럼 왜 K리거일까.
스타들의 탈출을 바라보는 팬심은 차갑고, 씁쓸하다. 불만의 목소리도 터지고 있다. 물론 팬들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축구계 내부에서조차 '네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연봉 공개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있다. 연봉 공개로 인해 거액을 쓸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투자와 연봉 공개는 상관관계가 떨어진다. 투자가 가장 활발한 전북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없다. 부러움만 존재할 뿐이다. '절대 1강'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인식의 전환은 이루어져 있다.
현재의 상황에선 냉정하게 '네탓'보다 '내탓'이 우선이다. 프로축구는 1983년 출범했다. 3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에 치이고, A매치에 치이는 처량한 신세다. K리그의 인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평균 관중은 몇 년째 7000명선에서 정체돼 있다.
시장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투자만 늘리기에도 한계에 다다랐다. 밑빠진 독에 계속해서 물을 부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연봉 공개 또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시장에 걸맞는 몸값 현실화가 재정 건전화의 출발점이었다. 인건비는 구단 1년 예산의 60%를 넘기면 곤란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단이 60%를 초과하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선수 연봉 공개를 통한 '거품빼기'는 자생력을 위한 첫 단추였다.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위해 돈을 쫓을 수밖에 없지만 K리그는 이럴 때일수록 더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구단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중국과 중동 시장이 부럽지만 K리그가 갈 수 없는 길이다. 각 구단은 봉사 단체가 아니다.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철저하게 기업의 생리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흑자'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K리그는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고행의 길이다. 현실이 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그래도 흉내는 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K리그가 맨 앞에 서야 한다.
변화와 쇄신에는 아픔이 따른다. K리그 엑소더스,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 부정보다는 부딪히면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구단은 팬들이 감동할 수 있는 행정으로 도약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 다소 상투적일 수 있지만 현재 K리그가 깊이 인식해야 하는 '금언'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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