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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탁구스타' 정영식(23·대우증권)이 국제탁구연맹(ITTF)이 5일 발표한 선수랭킹에서 생애 최고 랭킹인 20위를 찍었다.
정영식은 자타공인 연습벌레다.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일찍 탁구장 문을 열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성실맨이다. 2010년 18세의 나이에 출전한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2011년 19세에 첫 출전한 로테르담세계탁구선수권 남자복식에서 김민석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곱상한 외모에 반듯한 멘탈, 영리하고 끈질긴 탁구 스타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영식은 지난해 탁구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과 영광을 동시에 경험했다. 가장 간절한 목표였던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눈앞에서 좌절됐다. 대표팀 절친 '닥공' 이상수(삼성생명)와 함께 새벽, 야간훈련을 빼놓지 않으며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을 꿈꿨지만, 단발로 치러진 최종 선발전에서 예기치않게 탈락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2개월 후인 지난해 말 국내 최고 권위의 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역대 에이스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정영식은 "20위에 처음 들게 되니 자신감이 생긴다"며 웃었다. 세계랭킹 20위 이내에 선수에게 주어지는 4월 중국 세계선수권 자동출전권도 확보했다.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자동출전권을 따낸 것은 처음이다.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지독한 시련을 이겨낸 비결은 '내려놓기'였다. "아시안게임 엔트리에서 탈락한 후 2주 정도 운동이 싫었다. 2주 후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조금 펴게 됐다. 어깨가 가벼워지면서 편하게 경기에 나서게 된 점이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 제자의 근성과 노력을 치하했다. "주변에서 '국내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영식이만큼 노력하고, 보여준 선수도 없다.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복식에서 메달을 따내지 않았느냐. '국내용'이라고 미리 선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식이는 국내용이라는 편견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해왔다. 나 역시 영식이에게 늘 말했다. '너는 추천을 기대하지 마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악물고 탁구를 쳤고, 국내 1위를 놓치지 않았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20위권 진입을 축하했다.
김 감독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어린 선수에게 21세 이하 대회에도 꾸준한 출전을 권했다. 탁구는 상대성이다. 랭킹이 낮은 어린 선수에게 일격을 당할 때면 랭킹은 급하락한다. 눈앞의 랭킹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때 126위까지 추락한 랭킹은 '20위'로 수직상승했다.
정영식의 꿈은 계속된다. 내친 김에 톱10을 넘어 한자릿수 랭킹에 도전한다. "올해 초 김 감독님과 목표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올해 12월까지 한자릿수 랭킹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내가 9위가 목표라고 했더니, 김 감독님께서 '내 목표는 8위'라고 하셨다"며 웃었다.
새시즌 3개월만에 랭킹이 39위에서 20위로,기적처럼 급상승했다. 대표팀 대선배이자 전략가인 '깎신' 주세혁의 격려와 인정은 큰 힘이 됐다. "쿠웨이트오픈이 끝나고 랭킹을 계산해보니 20위가 가능할 것같았다. 세혁이형이 칭찬해주셨다. 20위권 이내의 선수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중국 톱랭커들을 빼고는, 영식이와 맞붙어서 쉽게 승부하는 선수가 없다. 영식이의 실력이 좋은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큰 용기가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레전드 선배의 칭찬에 후배는 더 큰 꿈을 품었다. "일단 비중국권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첫 목표다. 미즈타니 준(일본, 세계랭킹 5위), 추앙치유엔(대만, 세계랭킹 8위), 마르코스 프레이타스(포르투갈, 세계랭킹 9위), 옵차로프(독일, 세계랭킹 6위) 등 비중국권 톱랭커들을 모두 꺾어보고 싶다. 비중국권 최고의 선수가 되면 중국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눈빛을 반짝반짝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