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탁구신성' 장우진(20·KDB대우증권, 성수고 졸업예정)과 이시온(19·KDB대우증권, 파주문산여고 졸업예정)이 24일 종료된 2015년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최종 선발전에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24일 충북 단양실내체육관에서 종료된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최종선발전에서는 자동선발된 국내 톱랭커 주세혁(35·삼성생명)과 서효원(28·렛츠런)을 포함, 남녀 각 12명의 선수가 뽑혔다. 이번 선발전, 실업 새내기, 뉴페이스들의 약진은 눈부셨다. 랭킹순으로 11명을 뽑는 최종선발전에서 장우진은 전체 1위, 이시온은 전체 4위에 올랐다. 패기와 실력으로 무장한 당찬 후배들이 선배들을 꺾고, 꿈을 이뤘다. '남녀 톱5'에게 주어지는 2월 카타르-쿠웨이트오픈 출전의 기회도 꿰찼다.
2년전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1차선발전, 고교 2년생 장우진은 전승가도를 달렸다. 이상수 김동현 등 선배들을 꺾고 16전승했다. 그러나 2차 선발전 컨디션 난조는 뼈아팠다. 태극마크의 꿈을 눈앞에서 놓쳤다.
그해 12월, 잊혀진 줄 알았던 장우진이 깜짝 스타덤에 올랐다. 세계탁구주니어선수권에서 중국 주니어 대표 3명을 줄줄이 꺾으며 우승했다. 우승 순간, 테이블 위에 펄쩍 뛰어올라 뜨겁게 포효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 거침없이 도전한 독일 탁구유학 덕분에, 믹스트존 영어 인터뷰도 멋지게 해냈다. 실력과 끼를 갖춘 차세대 탁구스타의 탄생에 팬들은 환호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을 다투는 2015년, 국가대표선발전 최종전에서 스무살 장우진이 또다시 사건을 냈다. 18승4패의 호성적으로 1위로 생애 첫 시니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민석, 정영식, 정상은, 이상수, 조언래, 김동현 등 기존 대표 선배들을 줄줄이 돌려세웠다. 22번째 경기, 이진권(에쓰오일)과의 마지막 승부, 마지막 포인트까지 장우진은 최선을 다했다. 풀세트 접전끝에 2대3으로 패했지만, '한솥밥 선배' 정영식(KDB대우증권, 18승4패)에 승자승 원칙에서 앞서며 전체 1위를 확정했다. 생애 첫 태극마크, 1위의 기쁨보다 패배의 아쉬움이 컸던 걸까. 장우진은 벽에 몸을 부딪치며 아쉬워했다. "진권이형을 한번도 못이겼어요. 그리고 1승을 추가했다면 '승자승' 아닌 완벽한 1위잖아요." 선수로서 승부욕이 충만했다.
이날 오전 삼성생명 에이스 정상은과의 맞대결에서도 장우진의 승부욕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풀세트 접전끝에 승리한 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대표선발전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진풍경이었다.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은 "태극마크는 저렇게 간절한 것이어야 한다. 어린선수가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저렇게 포효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다른 선수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다"며 제자의 파이팅을 칭찬했다.
장우진은 1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11명 안에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도전자 입장에서 마음을 비워 더 잘된 것같다"고 답했다. "언래형, 동현이형, 민석이형을 이기고 나서 자신감이 올라왔다. 내친 김에 톱5까지 노려보기로 욕심을 냈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말하는 장점은 "패기와 파이팅"이다. "기술면에선 붙어서 치는 전진속공에 강하다"고 덧붙였다. "약점을 공략하는 부분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게임수 면에서도 경험을 많이 쌓아야한다"고 돌아봤다. "새해 출발이 좋은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오늘 이 자리를 뺏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거침없는 장우진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대표팀에서도 주전이 되는 것,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진입하는 것,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큰 대회에 나가보는 것." 올림픽 금메달 이야기를 꺼내자, 만리장성을 넘어본 주니어 세계챔피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솔직히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지만 지금은 매 순간순간 충실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남자탁구 치는 '깡다구 소녀' 이시온의 '톱4'
"몇년 전부터 이시온을 유심히 지켜봤다. 가진 것이 참 많다. 많이 움직인다. 좋은 공격력을 갖췄다. 어린 선수인 만큼 깎고 다듬을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가능성이 많다." 1966년 방콕아시안게임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백전노장 김충용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19세 이시온을 향해 특급칭찬을 쏟아냈다.
2월 파주 문산여고를 졸업하는 이시온은 한국 여자탁구가 오랜만에 발견한 초특급 유망주다. 대우증권 입단을 확정한 지난해말 최고 권위의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 첫출전해 주전으로 맹활약했다. 대우증권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한달 후 열린 이번 대표선발전에서도 눈부신 상승세를 이어갔다. 파이팅이 넘쳤다. 14승4패의 호성적으로 양하은(대한항공, 17승2패) 전지희(포스코에너지, 17승2패) 황지나(KDB대우증권, 15승4패)에 이어 전체 4위에 오르며 그토록 꿈꾸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깡다구 여전사에서 앳된 10대 소녀로 돌아온 이시온은 "아… 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라며 생긋 웃었다. "11등 안에 드는 게 목표였는데 한게임 한게임 최선을 다하다보니 5등 안에 들었다"고 했다.
'막내' 이시온은 겸손했다. 대표팀, 세계선수권, 올림픽에 대한 질문에 신중했다. "국가대표 5명 안에 드는 것도 생각지 못했는데…. 국내에서도 아직 될까말까 한데... 제가 국제대회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무작정 입으로만 금메달을 노래하지 않는 어린 선수의 말이 어쩐지 더 믿음직했다.
대우증권 입단 후 레전드 김택수 감독, 육선희 코치를 만난 후 '이시온 탁구'의 틀이 잡혔다고 했다. "대우증권에 오기 전에는 그저 열심히만 했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기보다 내 것만 했다. 상대 분석도 열심히 하고 부족한 기술을 고쳐나가면서 탁구가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장점을 묻는 질문에 "볼에 회전량이 많다"고 답했다. 이시온은 백, 포어드라이브에 두루 강하고, 파워풀한 탁구를 구사한다. 깡다구 소녀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맹렬한 훈련의 결과다. "회전량을 위해선 근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웨이트를 열심히 한다"며 웃었다. 좋아하는 선수 역시 중국의 류쉬엔, 싱가포르 펑톈웨이다. 소위 남자탁구를 치는 여자선수들이다.
카타르, 쿠웨이트오픈에 실업 1년차로서 처음 나서게 됐다. "저보다 훨씬 월등한 선수들과 붙을 텐데 이번 선발전처럼 제가 가진 기술을 다 보여주고 나온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치려고요. 물론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단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