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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조국 등지려던 베르그스마, 조국에 金선물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2-20 01:44


5년 전 요리트 베르그스마(28)는 올림픽 출전을 꿈꿨다. 장거리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2009년 10월 10일 열린 네덜란드 마라톤에 나서 우승했다. 여파를 몰아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출전을 노렸다. 자신의 오래된 꿈이었다.

하지만 베르그스마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국가별로 한 종목 당 3명만 나설 수 있었다. 밥 더 용과 스벤 크라머 얀 블로쿠젠, 아르연 판 데어 키프트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고심을 거듭했다. 2009년 결단을 내렸다. 카자흐스탄 대표팀에 승선하려고 했다. 국기를 바꾸어서라도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네덜란드 국적을 포기해야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꿈은 물거품이 됐다.

절치부심한 베르그스마는 KNSB 네덜란드 스케이팅 마라톤 대회에 나섰다. 네덜란드 북부 11개 도시를 거쳐 200㎞ 운하 위를 주파하는 대회다. 대회가 열리면 수천명 이상이 선수로 참가하고 100만명 넘게 관람해온 대형 이벤트다. 대회가 열리려면 최소 얼음 두께가 15㎝는 되어야 한다. 한파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야만 한다. 매년 열리는 대회는 아니다. 1979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14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완주에 도전한다. 하지만 실제로 완주자는 평균 100명 미만이다. 우승자는 슈퍼스타 대접을 받는다. 베르그스마는 2010년과 2012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베르그스마는 2011년 11월 네덜란드 종목별 선수권대회 5000m에 나서 우승했다.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었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12년 헤렌벤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1만m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3년 소치에서 열린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1만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네덜란드 대표로 나섰다. 꿈이 이루어졌다.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베르그스마는 좀 더 매진했다. 5000m에 6분16초66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서곡에 불과했다. 1만m에 나섰다. 거침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첫 바퀴를 제외한 24번의 랩타임 가운데 31초를 넘긴 경우는 단 1번 밖에 없다. 29초대는 5차례나 됐다. 나버지 18번은 모두 30초대를 유지했다. 12분44초45의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베르그스마는 "나 자신을 위해 스케이팅했다. 나는 이곳에 금메달을 따기 위해 왔다. 절대 포기하지 않아 성공했다. 기분 좋은 밤이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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