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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투혼의 트라이" 韓럭비,15인제도 희망 봤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7-10 16:10


득점 성공한 한국 김광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투혼의 트라이, 대한민국 럭비가 안방에서 유례 없는 명승부로 폭풍성장을 입증했다.

찰리 로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럭비대표팀은 9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년 아시아럭비챔피언십(15인제) 결승에서 강호 홍콩에 21대23으로 분패했다.

비록 목표 삼은 20년 만의 우승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찬사도 부족한, 승리 외엔 모두 이룬 명승부였다. 영국 출신 선수들이 대다수인, 머리 하나는 족히 큰 거구의 홍콩 에이스들을 상대로 태극전사들은 80분 내내 포기를 모르는 투혼, 단단한 조직력과 튼실한 체력으로 맞섰다.
9일 오후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 한국 남자 럭비팀과 홍콩 남자 럭비팀의 경기. 전반전 공을 뺏으려는 홍콩팀 선수들과 공을 지키려는 한국팀 선수들이 뒤엉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전반 초반 홍콩 선수가 위험한 파울로 퇴장 당해 15대14의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상대에게 두 차례 트라이를 내주며 0-15로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5분 최승덕(상무)이 첫 트라이를 성공했고, 이어진 보너스킥도 성공하며 7-15로 따라붙었다. 후반 20분 상대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전담키커 오지명(포스코건설)이 성공시키며 10-15, 추격의 불씨를 바짝 당겼다. 후반 24분, '캡틴' 김광민(한국전력)이 상대 수비를 줄줄이 제치고 빛의 속도로 치고 달리며 트라이에 성공, 15-15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마지막 20분이 승부처라던 '명장' 찰리 로우 감독의 예언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페널티킥 하는 한국 오지명<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 오지명 '페널티 킥으로 득점'<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폭염의 필드에서 후반 중반 이후 홍콩 선수들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원팀' 태극전사들의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강한 압박과 몸 던지는 투혼 수비로 상대를 밀어붙였고, '불꽃 키커' 오지명은 원샷원킬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29분 오지명이 또 한번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8-15,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8년, 2019년 우승팀인 홍콩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후반 31분,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20-18로 승부를 뒤집었다. 경기 막판까지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이 계쏙됐고 또다시 오지명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경기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21-20, 한국이 재역전에 성공했다.

20년 만의 우승 꿈이 손에 잡힐 것같았던 후반 추가시간, 홍콩이 마지막 페널티킥(3점) 찬스를 맞았다. 홍콩의 실축을 염원하는 홈 팬들의 야유 속에 홍콩이 이 마지막 찬스를 기적처럼 살려냈다. 21대23, 2점 차 통한의 패배. 그럼에도 1002명의 사상 최다 유료관중은 투혼의 명승부에 "대~한민국!" 응원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강호 홍콩을 상대로 두 번의 역전 드라마를 썼고, 마지막 1분까지 대등한 혈투를 펼친 럭비 전사들을 향한 갈채가 쏟아졌다. 대한민국 15인제 럭비의 새 희망을 쏘아올린, 의미 있는 명승부였다.


찰리 로우 럭비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이명근 코치. 사진제공=대한럭비협회

홍콩에 2점 차로 패한 한국 남자 럭비팀<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로우 감독은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 "마지막 20분이 승부처가 될 것이다. 분명한 건 이기든 지든 예전처럼 일방적인 경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경쟁력 있는 경기를 할 것이고 매우 근소한 점수 차가 날 것"이라고 전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예언은 모두 적중했다. 3년 전 이 대회에선 홍콩에 10대47(홈), 3대64(원정)로 2연패했던 한국 럭비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경기력과 스코어로 입증했다.


사진제공=대한럭비협회

출처=최 윤 대한럭비협회장 SNS
'럭비 르네상스'를 최전방에서 이끌고 있는 '열정의 CEO' 최 윤 대한럭비협회장은 준우승 직후 SNS를 통해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우리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도 최상의 기량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지만, 럭비 강국인 홍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정말 아쉽게도 21대23으로 석패했다"면서 "최고의 플레이를 선사해준 우리 선수들의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주시고,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함께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외쳐주시며 한국 럭비경기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신 많은 럭비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최 회장은 "한국 럭비 경기 사상 처음으로 1000명이 넘는 관중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같한 의미를 부여한 후 "이번 아시아럭비챔피언십을 통해 한국 럭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비인지 스포츠'라는 그늘 속 무관심이 익숙했던 럭비 불모지에서 우리 선수들은 럭비 강국 못지 않은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며, 럭비 정신의 근간인 '올 포 원, 원 포 올(All Kor One, One For All)'로 모두가 하나 되는 진정한 럭비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우리 대표팀 선수단 여러분께 같은 럭비인으로서 존경을 표한다"며 진심을 전했다. 최 회장은 "한국 럭비의 역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선수들은 오는 9월 '2022 남아공 럭비 세븐스 월드컵' 본선에서 아시아 럭비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줄 예정"이라며 국민적 관심과 지속적인 응원을 당부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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