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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레이서 김규민, 실제 레이싱에서 우승한 비결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07-19 17:19 | 최종수정 2020-07-20 06:00


'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레디컬컵 2라운드에서 경주차를 타고 질주하고 있는 김규민. 사진제공=슈퍼레이스

심레이서와 실제 드라이버를 겸업하고 있는 고등학생 레이서 김규민. 사진제공=슈퍼레이스

지난 5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레디컬컵 코리아 2라운드 결승에서 김규민(CJ로지스틱스 레이싱)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생으로 아직 고등학교 3학년(서울 강서고)에 불과한 김규민은 지난 4월 운전면허증을 딴 후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까지 내달렸기에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김규민은 PC로 즐기는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다 실제 드라이버로 나서서 포디움의 정상에 오른, 이른바 온오프라인을 모두 섭렵한 이른바 '심레이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드라이버들은 서킷에 나서지 못하는 많은 시간에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훈련을 하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과 실제는 알다시피 전혀 다른 영역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실제 경주차에 올라 실력 발휘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 보완적인 관계일뿐 이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을 김규민이 깨버린 셈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와 실제로 경주차를 몰고, 단박에 우승까지 거둔 이 '소년'의 당돌한 겸업과 도전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6일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자전거를 몰고 스포츠조선 본사를 찾은 김규민은 아직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천상 고등학생이다. 최대 230㎞까지 육박하는 살벌한 속도의 경주차를 몰기에는 너무 어려보이는 외모. 시뮬레이션 게이머에서 벗어나 레이싱에 도전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묻자 "뭐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그냥 게임과 비슷했다"며 너무 시크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속도감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실제 레이싱이 더 쉬웠다. 게임에선 시각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규민이 출전한 레디컬컵 경주차는 포뮬러카에 더 가까워 드라이버가 외부로 노출된 상태다. 헬맷을 쓴 채 직접 바람을 맞기에 속도감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클래스로, 아직 수준이 그닥 높지 않고 이날 7대 출전에 불과했지만 전날 잠깐 서킷을 돌며 처음으로 경주차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선 1위는 물론 결선에서도 2위와 21초차 이상이 났다는 것은 김규민의 온라인 실력이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즐겼던 레이싱게임 '그란투리스모'를 통해 게임에 세계에 입문한 김규민은 요즘 '아이레이싱'에 집중을 하고 있다. PC를 포함해 1000만원에 육박하는 레이싱 기어를 집에 설치하고 숱한 차량과 서킷을 경험하며 전세계 심레이서들과 경쟁, 400~500위권을 달리고 있는 김규민에게 레디컬컵은 온오프라인 레이싱의 차이를 실감케 하는 첫 시험무대라 할 수 있다. 김규민은 "GT3와 GTE 경주차를 주로 몰며 휠의 감각과 브레이킹, 액셀 등 디테일한 차이점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며 "스파24와 같은 내구레이스 대회도 온라인에서 참가하고 있다. 게임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면서 실제 레이싱과 경주차의 퍼포먼스에 거의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목표는 무엇일까.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겠다"는 예의 시크한 답이 또 돌아왔다. 그러면서 "분명 온오프라인 레이싱은 다르지만 계속 겸업을 해보고 싶다. 드라이버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당돌하게 말했다. 또 대학에 진학하면 경주차의 매커니즘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자동차 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김규민이 실제 레이스에 도전하는 첫 심레이서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간혹 나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심레이서 출신인 이정우(엑스타 레이싱)가 슈퍼레이스 슈퍼 6000 클래스에 지난해부터 나서면서 최고 3위까지 오르는 등 분명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자동차 경주대회나 e스포츠 분야에서도 이런 선수의 등장은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카트부터 시작해 어렸을 적부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운 드라이버 양성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큰 행보라 할 수 있다. 당찬 김규민의 도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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