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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도 막히고, 호주도 막힌' 탁구대표팀 "이 시련이 기회가 될 것"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3-09 05:40


남자탁구 도쿄올림픽 대표팀. 왼쪽부터 정영식 장우진 이상수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호주 전지훈련 출국을 이틀 앞두고 또 막혔네요. 이틀만 더 있었어도… 또 방법을 찾아봐야죠."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7일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남녀대표팀의 호주 전지훈련 불발 소식을 알렸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엔 국제탁구연맹(ITTF) 카타르오픈 출전이 불발됐다. 카타르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지인 한국 경유 외국인들의 입국 제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 선수단 전원이 긴급히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진단서를 끊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IOC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을 중심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탁구연맹(ITTF),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대한체육회 등 안팎의 네트워크 및 모든 외교라인을 총동원했지만 결국 출국이 불발됐다. 출국용 짐을 싸기 위해 잠시 귀가했던 선수들이 밤늦게 다시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복귀했다. 카타르오픈은 가장 많은 랭킹포인트가 주어지는 플래티넘 등급의 대회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혼합복식 결승 진출자에겐 올림픽 자동 출전권도 부여되는 중요한 대회였다. 중국, 일본, 독일 등 도쿄올림픽에서 첨예하게 메달색을 다툴 경쟁국, 톱랭커들이 모두 출전했지만, 한국만 하늘길이 막혔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복귀한 대표팀 선수들을 위해 탁구협회가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월 태국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탁구선수권을 앞두고 장기 해외훈련을 기획했다. 태국 역시 한국 등에서 입국한 외국인들에게 14일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비협조시 법적 조치하는 비교적 강력한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의 가이드대로 일단 14일 격리 등 입국 제한이 없는 외국에 전훈 캠프를 차리고 14일이 지난 이후 태국에 들어가 현지에서 아시아선수권을 준비하자는 계획이었다.


대한민국 여자탁구 대표팀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호주였다. 호주탁구협회는 '탁구강국' 한국선수단 유치에 긍정적이었다. 협회는 호주측에 한국대표팀 전용 탁구대 10대가 준비된 체육관,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자유로운, 시내에서 동떨어진 독립된 숙소 등을 요청했고,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7일 출국할 항공편 예약까지 모두 마쳤다. 그런데 출국을 불과 이틀 앞둔 5일,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호주 정부가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호주 입국을 전면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호주를 향한 하늘길마저 막혀버렸다. 협회측은 "최대한 신속하게 호주 전지훈련을 준비했고 모든 것이 다 세팅됐는데, 5일 호주 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로 출국이 또다시 불발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의 행보가 다시 바빠졌다. 유 회장은 "현재로서는 진천선수촌이 가장 안전한 훈련장소인 것은 맞지만 4월 태국아시아선수권 등 출전을 위해선 해외훈련지를 빨리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몇몇 후보지를 고려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 나설 후배들의 경기력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ITTF와 적극 소통해 "재난에 준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대회에 나서지 못한 만큼 카타르오픈 랭킹포인트 삭감으로 인해 한국이 올림픽 시드배정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낸 상황이다.

카타르, 호주가 번번이 막히는 상황에서도 탁구대표팀은 의연하게 올림픽 목표만을 향해 매진중이다. 남자대표팀 '맏형'이자 '주장'인 이상수(30·삼성생명)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훈련기간이 길어지면 우리가 유리하다. 우리나라 탁구는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연습기간이 길었을 때 늘 좋은 성과가 있었다. 1988서울올림픽 때도 그렇고,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때도 그렇고 우리 선배들이 금메달을 딸 때 장기 훈련을 하셨다고 들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들은 서로에게 가족 이상의 존재다. 피끓는 청춘들이 꿈 하나로 똘똘 뭉쳐, 서로를 독려하며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 진천선수촌의 외출, 외박이 전면 금지되면서 대표팀 선수들은 일주일 내내 24시간 함께 동고동락중이다. 세상과 단절된 삶, 힘든 시간을 이겨낼 방법은 오직 탁구뿐이다. "훈련도 많이 하지만 틈틈이 탁구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눈다. 이런 연습량과 토론이 3개월 이상 쌓이면 분명 훨씬 더 단단한 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들 힘들지만, 이런 시련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늘이 주시는 이 시련이 우리에겐 분명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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