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스포츠는 인권이다" 스포츠혁신위 첫 권고안 나왔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5-07 10:03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체육계에 첫 권고안을 제시했다.

문경란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권고안을 발표했다. .

지난 1월 8일 조재범 전 빙상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의혹 이후 '체육계 미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체부는 지난 2월 11일 인권, 체육, 교육, 시민단체 및 법조계 민간 전문가 15명과 문체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유관 정부부처 차관, 정문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를 발족했다. 민간위원 15명에는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이영표 전 KBS 해설위원과 이용수 세종대 교수,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국가대표 서정화, 배구 선수 출신의 김화복 중원대 교수, 하키선수였던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 등 선수 출신 위원 5명도 이름을 올렸다.지난 3개월간 혁신위는 스포츠인권, 학원 스포츠 혁신, 스포츠선진화·문화 등 3개 분과위로 나눠 연구, 토론 및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권고안은 체육계 폭력 및 성폭력과 관련한 스포츠 인권에 대한 것이다.

혁신위는 "이번 권고문을 마련하기 위해 전원회의 5차례, 분과회의 11차례, 유관기관 업무 협의 5차례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1차 발표에서는 스포츠 분야의 성폭력과 아동 학대 등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기존의 유명무실한 선수 보호와 인권침해 예방 시스템을 뛰어넘는 제대로 된 제도적 기제를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필요한 개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혁신위는 IOC 헌장의 '스포츠는 인권이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국내 스포츠 전반의 패러다임을 점검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스포츠 분야의 성폭력, 신체적·언어적 폭력, 학습권 침해 등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있으나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정부와 공공당국이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성찰과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했다. 혁신위는 무엇보다 다양한 스포츠 현장에서 성폭력 등이 발생할 때 가해자 조치 및 피해자 보호 역할에 대한 1차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와 산하 경기단체 등 체육계 내부의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혁신위는 체육단체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체부의 역할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개선할 것도 촉구했다. 특히, 피해자의 다수가 아동, 청소년기의 학생들인데도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일선 학교 등에서 효과적인 학생운동선수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교육당국의 반성과 혁신을 주문했다.

또한 일부 의미 있는 제도 개선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 및 사법기구 등 국가기구 전반에서 스포츠 성폭력과 학대 등의 근절과 예방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 개혁을 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 권고 내용은 아래와 같다.

혁신위는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기존 정부와 체육계의 인권침해 대응 시스템을 전면 혁신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체육계 내부의 관련 절차와 명확히 구별되는 스포츠 성폭력 등의 신고, 접수,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이를 위해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을 갖춘 별도의 '스포츠 인권 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다.

첫째, 체육계와 분리된 별도의 신고·접수·상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전화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신고 및 상담 내용의 비밀과 익명성을 보장하며 아동·장애인·여성 등을 위한 전문상담 창구를 개설하도록 했다.


둘째, 전문적이고 책임감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상담은 스포츠 및 성평등(젠더), 인권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감수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수행하고, 필요시 경찰, 아동보호기관,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국가인권위원회 등 적절한 기관으로 직접 연계한다.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는 치유 상담 및 법률, 의료 지원까지 충분한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한다.

셋째, 접수된 사건 가운데 직접 조사가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 활동을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에서 별도 입법을 통해 스포츠 내부조직으로부터 분리, 설립된 '세이프 스포츠(Safe Sport)'의 경우처럼 가해자에 대한 조사 및 징계 요구권 부여, 체육단체 등의 조사 및 징계 거부 또는 신고의무 불이행 시 재정 지원 중단 등 효과적 이행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하였다.

혁신위는 스포츠 인권침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스포츠 인권 실태조사, 지침(가이드라인), 인권교육 및 홍보 등 기존 대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들이 차별과 폭력 없이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정책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핀란드, 유럽연합(EU), 유네스코(UNESCO) 등 해외 선진국들과 국제기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사람을 위한 스포츠(Sport for All)'를 표방하며 스포츠 분야의 성차별, 장애차별, 인종차별 등을 개선하고, 다양한 사회집단의 자유롭고 평등한 스포츠 및 신체활동 참여를 위한 정책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해왔다. 혁신위는 앞으로 이 의제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검토해 별도의 정책 권고로 발표할 계획이다.

혁신위는 위와 같은 임무와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전략적, 통합적 관점에서 스포츠 분야의 인권과 성평등 향상 활동을 추진할 별도의 전담기구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에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기구는 무엇보다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 내부의 절차로부터 분리된 자율적, 독립적 공공기관으로서 ▲ 스포츠 성폭력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 ▲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 ▲ 정확한 실태 파악과 정책 수립을 위한 정례적 연구 및 조사, ▲ 스포츠 관련 성평등(젠더) 및 인권 교육 등의 제도화 및 입체적 프로그램 개발, ▲ 국내외 협력 연계망(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한 스포츠 인권 및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의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문체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은 혁신위가 발표한 권고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오는 9월까지 기구 설립 방안 등을 마련하고 연말까지는 법적 근거·인력·예산을 확보해 2020년부터는 기구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위는 관계기관의 권고 이행이 적절히 이루어지는지 적극 점검(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스포츠혁신위는 체육 분야 개혁 및 스포츠 인권 개선을 위해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3개월간 달려왔다. 17개 시도 체육 담당 장학사, 운동선수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했고,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위원회는 상반기중 분과별 권고안을 통해 체육계 구조혁신을 위한 세부과제를 제시하고 내년 1월까지 법제화 등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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