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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체육]학교로 간 유승민IOC위원,선수들은 '길'을 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4-19 05:20



세상은 'A 아니면 B'의 이분법이 아니다. 스포츠 세상도 마찬가지다. '엘리트 체육 아니면 생활체육' '선수 아니면 학생' '인권 아니면 성적',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엘리트 체육의 뿌리가 생활체육이고, 생활체육의 열매가 엘리트 체육이다. 전 국민이 유년기부터 스포츠를 자유롭게 즐기는 가운데 뛰어난 체육영재들로 이뤄진 엘리트 선수들은 자신의 꿈과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2020년, 대한체육회는 100주년을 맞는다. 작금의 대한민국 체육의 위기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할 천우신조의 기회다. 무엇보다 혁신의 방향은 선수와 사람, 스포츠 가치를 향해야 한다. 그 자체로 완전체인 스포츠를 통해 선수와 국민,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 스포츠조선은 모두가 행복한 스포츠 세상을 위해 한국 체육이 가야할 길을 기획,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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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신봉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쳐주고 있다. 용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4.18/
18일 오전 9시 용인 신봉초등학교 체육관,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IOC위원의 탁구교실이 시작됐다. 19일 헝가리세계탁구선수권 출국을 하루 앞둔 이날 유 위원은 오전 9~12시, 3교시동안 1학년 6개 학급, 전교생을 대상으로 '포어핸드'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평창동계올림픽기념재단 이사장, OCA선수관계위원장, 대한체육회 선수촌혁신위원장,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SF) 위원장으로 일하며 1년에 절반 이상, 해외를 오가는 '폭풍 스케줄' 속에 유 위원은 "이 일만큼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큰아들 학교에서 학부모 강연 순서가 찾아왔다. 유 위원은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따분한 강연보다 함께 즐겁게 땀흘리는 탁구"를 제안했다. 기왕 하는 것, 아들 반뿐 아니라 전교생을 위한 일일 탁구 선생님으로 나섰다. 아이들을 위해 탁구라켓도 자비 구입해 선물했다.


용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4.18/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신봉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쳐주고 있다. 용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4.18/

인근 '유승민탁구클럽'에서 일하는 실업, 국대 출신 박종범, 김현수, 정현용 코치도 동행했다. 라켓을 처음 잡아본다던 어린이들이 불과 10분만에 '똑딱똑딱' 공을 넘기는 모습은 신통방통했다. 학부모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1학년 학부모 오지숙씨(42)는 "우리가 어릴 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탁구를 배운다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정말 꿈같은 일이다. 눈물나게 감사하다"며 고개 숙였다. 40분 수업 종료 종이 울리자 탁구의 매력에 푹 빠진 아이들이 아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아…, 계속 하면 안돼요?"

유 위원은 '학교체육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공부하는 선수'만큼이나 '운동하는 학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체육을 더 많이 접해야 한다. 학교체육, 생활체육을 통해 '운동하는 학생'을 키우자는 취지다. 평생 건강한 운동습관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 클럽을 통해 뛰어난 아이들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소질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좋았다. 더 자주 와서 스포츠를 통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웃었다. 유승민탁구클럽 코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엘리트선수 출신인 우리 코치들에게 힘들지만 늘 해야할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탁구를 더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우리가 먼저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지역 발전, 체육발전을 위해 체육인 스스로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IOC위원과 엘리트 선수 출신 유승민 탁구클럽 코치들이 용인신봉초등학교 아이들과 탁구수업을 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이 한순간 '애물단지'로 전락한 시대, 유 위원을 비롯한 많은 올림피언들은 오늘도 현장에서 상생을 위한 꿈과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서 체육 상생의 희망을 본다. 런던올림픽 펜싱 플뢰레 동메달리스트 최병철, 에페 동메달리스트 정진선, 유도 그랜드슬래머 김재범, 런던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 등 많은 올림피언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포츠클럽을 열고, 어린이, 동호인들을 열혈 지도하고 있다. '리듬체조 스타' 손연재도 최근 서울 한남동에 키즈아카데미 '리프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리듬체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원하는 마음에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1인 미디어 시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팬, 동호인에게 '비법'을 전수하는 스타플레이어들도 늘고 있다. 조준호 양평군청 유도단 코치는 '국가대표 출신 쌍둥이 동생' 조준현과 함께 '한판TV'채널을 성황리에 운영중이다. 구독자가 4만7000여 명에 달한다. 손연재는 유튜브 개인방송 '연재월드'(구독자 1만2000여 명)를 통해서 리듬체조를 적극 홍보하며, 스포츠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탁구얼짱' 서효원의 여동생, 탁구선수 출신 서효영이 개설한 '효영핑퐁' 역시 3만6000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17일 취임 후 첫 체육 현장에서 만난 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결국 체육정책의 방향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조화"라고 했다. "국민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생활체육 시설, 프로그램에 더 신경 쓰겠다. 전문체육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가대표를 양성하고 훈련, 성장시키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은 "대체 개념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엘리트 체육도 더 중점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 엘리트에 대한 투자는 더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 않을 것이다. 국가 규모가 커질수록 늘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다. 다만 공정하고 정의롭게, 쉽게 말하면 정상적이고 바른 방향으로 선수를 발굴, 육성하고 국가대표를 키워내야 한다. 인권, 학습권을 보장하면서 올바른 시스템을 갖고 가자"고 말했다. 정부가 원하는 공정하고, 정의롭고, 올바른 체육상생의 방향을 '월드클래스' 젊은 올림피언들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다.
용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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