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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 밟은 스페인 '씨름 형제'의 바람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12-03 05:00


스페인의 씨름 형제, 마르코(왼쪽)와 에우세비오.

스페인의 에우세비오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씨름이 더 많은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어요."

스페인의 '씨름 형제' 마르코와 에우세비오가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23일, 2018년 IBK기업은행 천하장사씨름대축제가 펼쳐진 경북 안동체육관.

이날 경기장에는 스페인, 뉴질랜드, 몽골, 중국, 러시아의 야쿠티아와 사할린 지역 등 5개국에서 60여 명의 선수가 모였다. 대한씨름협회가 씨름의 세계화를 위해 천하장사대회에 특별 개설한 세계특별장사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가운데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씨름 형제' 마르코와 에우세비오였다. '푸른 눈'의 씨름 선수라는 독특한 이력은 물론, 빼어난 실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실제 '형' 마르코는 2016년, '동생' 에우세비오는 2017년 세계특별장사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둘은 또 한 번 정상 등극을 노리며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이들은 정통 씨름 선수는 아니다. 스페인 카나리아 지역의 민속 스포츠인 루차 카나리아 선수다. 하지만 씨름과 루차 카나리아가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느꼈다.

에우세비오는 "씨름과 루차 카나리아는 닮은 듯 다르다. 루차 카나리아는 옷을 입는 대신 샅바가 없다. 반면, 씨름은 샅바를 잡고 하는 경기다. 씨름이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매우 많아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호기심에 시작한 씨름. 그러나 이들은 씨름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됐다. 형제는 씨름을 배운 뒤 한국을 오가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루차 카나리아 대표는 지난달 제주와 교류 협력을 맺었다.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르코는 "2016년 챔피언에 올랐지만, 심한 무릎 부상을 입었다. 그 이후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출전했다.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우세비오는 "지난해 결승에서 쉽지 않은 상대와 붙었다. 체격 조건에서 차이가 났다. 하지만 불리한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해서 정말 좋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힘차게 모래판 위로 올라선 형제.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이번에는 형과 동생, 그 누구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스포츠를 경험하는 것은 재미있다. 경기장 분위기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루차 카나리아는 큰 인기를 누리다 한때 주춤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도 유네스코 등재를 기점으로 더 많은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다"며 씨름발전을 기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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