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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핸드볼 대표팀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다.
사실 남자 대표팀의 세계선수권 단일팀 논의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사안이다. 이 문제는 국제핸드볼연맹(IHF)에서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회 세부 일정을 보면, 내년 1월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개막전은 독일과 한국의 대결로 잡혀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2월 펼쳐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구성에 이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공동개최국 가운데 하나인 독일에서도 이슈가 필요했고, 독일 출신 바흐 위원장 역시 IHF를 통해 남북 단일팀 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큰 틀만 확보, 채워야 할 세부 사항
큰 틀에서 합의를 본 단일팀, 이제 남은 것은 세부 사항이다. 단일팀 코리아는 당장 내년 1월 핸드볼 강국 독일과 대결을 펼친다.
일단 핸드볼계 인사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임영철 하남시청, 조영신 상무 감독 등은 "단일팀을 통해 전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 남자 핸드볼에 쏠리고 있다. 남자 핸드볼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대회가 단순히 '단일팀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단일팀은 독일, 프랑스, 러시아, 세르비아, 브라질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 함께 A조에 편성돼 각 조 상위 3개국이 나가는 12강 진출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15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2013년 대회에서도 2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단일팀이 단순히 '이벤트'에서 그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호흡을 맞춰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북측에 선수단 합류 및 훈련 시기를 제안해놓은 상태다. 늦어도 12월에는 합동 훈련이 시작돼야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에 올라 세계선수권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북한 남자핸드볼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이후 1991년 아시아선수권(9위)까지 출전했고 이후로는 국제 대회에 나온 기록이 없다.
이 때문에 단일팀의 전력 유지를 위해서는 이번 대회의 엔트리 16명을 20명으로 확대해주는 특별 조건이 필요할 전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표팀 사령탑은 지난 9월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 이후 공석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