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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다!"
중국은 1974년 여자농구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11개의 금메달 중 5개를 휩쓴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이다. 한국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디펜딩챔피언'이다. 북한과 처음으로 단일팀을 이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코리아'의 이름으로 나섰다. 첫 금메달, 사실상 2연패에 도전했다. 남과 북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다. 대한민국 최고 센터 박지수와 북한 최고 센터 로숙영의 시너지는 결승전 최고의 동력이었다. "키큰 (박)지수가 앞에서 다 막아주니 너무 쉽다."(북한 로숙영) "로숙영 언니는 원래 공격을 잘하는 선수다. 든든하다."(한국 박지수) 결승전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강한 믿음으로 하나가 됐다. "우리가 서로 돕고 함께 이끌며 한마음이 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3경기에서 한국은 중국에 고전했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3-4위전에서 51대75로 졌다. 2015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예선에서 58대74로, 준결승전에서 45대60으로 각각 패했다. 3경기 모두 두자릿수 이상 점수차였다. 남북이 하나 된 이날 결승전은 달랐다. 악바리처럼 끝까지 상대를 파고들었다.
2쿼터, 7분 임영희의 3점포가 림에 꽂혔다. 다시 27-30으로 따라붙었다. 당황한 중국의 범실이 잇달았다. 5분42초를 남기고 박혜진의 3점포가 작렬하며 32-32, 첫 타이를 이뤘다. 중국이 타임아웃후 2골을 성공시키며 박혜진이 2개의 프리드로를 모두 성공시키며 38-38, 또다시 타이를 만들었다. 이어진 중국의 공격이 불발되면서 38-38로 3쿼터를 맞았다.
3쿼터, 코리아는 고전했다. 캡틴 임영희가 포문을 열었다. 박혜진의 어시스트를 깔끔하게 해결?다. 40-38, 역전에 성공했다. "짜요!"와 "우리는 하나다" 함성이 엇갈렸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골이 연거푸 들어가며 40-46으로 밀렸다. 또다시 박지수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박혜진이 3점을 성공시키며 43-46으로 따라붙었다. 이후 골 결정력 난조와 실책으로 점수차가 47-54까지 벌어졌다. 팀파울에 걸린 중국을 상대로 박지수는 모든 프리드로를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줄여나갔다. 에이스 로숙영이 1분19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 당한 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임영희가 깔끔한 3점포를 성공시키며 또다시 52-54, 두점 차로 따라붙었다. 하나된 남북은 끈질겼다. 또다시 중국이 한골을 넣고 56-52로 앞서나가는 상황, 임영희가 영리하게 상대의 반칙을 유도해냈다. 1개의 프리드로를 성공시켰다. 53-56, 마지막 회심의 역습에서 박지수가 레이업을 놓친 대목이 아쉬웠다. 53-58로 3쿼터를 마쳤다.
운명의 4쿼터, 시작과 함께 임영희의 짜릿한 3점포가 터졌다. 55-58, 3점차로 따라붙었다. "우리팀 잘한다!" 함성이 쏟아졌다. 당황한 중국이 이어진 공격에서 잇달아 범실하며 한국에 기회가 왔다. 박혜진의 외곽포에 힘입어 59-60 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중국 역시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종료 2분57초를 남기고 리유에루의 레이업슛이 성공하며 61-66으로 점수차가 벌어지자 이문규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렀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골이 잇달아 터지며 61-69, 8점차로 밀렸다. 1분18초를 남기고 박혜진의 3점포가 성공하며 64-69로 따라붙었다. 마지막까지 도전했다. 모든 것을 쏟아낸 명승부였다. 65대7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비록 졌지만 기술, 체력, 투혼에선 최강 중국에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남북이 하나된 혼신의 은메달이었다. "우리는 하나다" 뜨거운 함성이 자카르타 농구장을 가득 메웠다. 코리아의 이름으로,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 함께 웃었다. 남북단일팀은 여자용선 500m 금, 250m 은, 남자용선 1000m 동메달에 이어 여자농구 은메달을 따내며 '코리아'의 이름으로 금1, 은2, 동1의 행복한 여정을 마치게 됐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