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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자카르타스토리]AG현장 발로 뛴 CEO, 회장님의 열정이 스포츠를 바꾼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05:20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개막 열흘째, 값진 금메달 현장에는 어김없이 행동하는 CEO가 있었다. 금메달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회장님의 관심과 열정이 종목의 성장을 이끈다. 뜨거운 자카르타, 피말리는 승부의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발로 뛴 CEO들의 이야기다.
선수단 축하회식 자리에서 당부하는 최신원 펜싱협회장.
펜싱: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

단언컨대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펜싱장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의 경기장 중 가장 '핫 플레이스'였다. 개막 이튿날인 19일부터 24일까지 날마다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김성조 한국선수단장 등 응원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펜싱에 걸린 12개의 금메달 중 절반인 6개를 휩쓸었다.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목에 걸었다. 전 선수가 금, 은, 동메달리스트다.

최신원 SK네트워크 회장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경기가 열리는 기간 내내 펜싱장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22일, 여자사브르가 단체전 금메달, 남자 에페가 단체전 동메달을 따던 날, 최 회장은 자카르타 한식당에서 선수단 축하회식을 열었다. 최 회장은 정상에 만족하지 않았다. 승리에 도취되지 않았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주창했다.

66세 수장의 메시지는 절절했다.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 참느라 애먹었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메달 따기 힘들어. 지금부터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돼. 하나하나 분석을 잘하고 특히 중국이 우리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우리는 이겨야돼.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펜싱코리아는 아시안게임에서 극심한 견제에 시달렸다. 중국, 일본 등이 강력하게 도전했다. "우리 정보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해야 해. 정보관리시스템을 잘 갖춰야 돼. 기술 정보가 누설되면 우리는 다 죽어. 공든탑이 다 무너져"라며 상대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보호책을 강조했다. "오늘 여자 사브르(금메달) 선수들이 참 잘해줬어"라고 칭찬한 후 "남자 에페(동메달) 선수들도 잘해줬어. 남자선수들은 약간 방심한 거지 실력 차이는 없어. 중국에게 질 이유가 하나도 없어"라고 위로했다. "우리나라 핸드볼을 보고 와서도 느낀 게 여자선수들이 정말 악착같이 패스하고 공격을 무섭게 하더라. 펜싱도 공격을 잘해야 해. 공격해야 해. 공격을 잘하지 못하면 십중팔구 져. 중국 등 상대국은 우리가 어떻게 한다는 것까지 다 계산하고 하는 거야. 염두에 둬야해"라고 말을 이어갔다. "펜싱협회는 10년, 20년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해. 다른나라들이 우리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특징을 꼭 살려야 해. 2020년에 도쿄올림픽, 잘못하면 메달이 없을 수도 있어.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우리가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세계 최고의 검객들을 향해 국가대표로서 강력한 책임감을 주문했다. "봐, 내 가슴에도 이렇게 태극기가 달려있어. 우리는 국가를 대표해서 뛰는 거야. 여기서 멈추면 절대 안돼. 여러분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거야. 계속 도전하고 변화하자!" 일주일 내내 펜싱장을 떠나지 않고 선수들 곁을 지킨 노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선수들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최 회장은 일어나 선수 하나하나를 일일이 보듬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펜싱선수 회식자리에서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여자사브르 대표팀 금메달 리플레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때마침 회식 현장에선 여자사브르 대표팀 금메달 장면 리플레이 화면이 중계됐다. 최 회장과 펜싱인들이 함께 TV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금메달 일등공신 최수연이 짜릿하게 포효하는 장면이 나왔다. 최 회장이 말했다. "저 포즈, 정말 멋있다!"


남녀체조 32년만의 남녀 아시안게임 동반 金 아시안게임 '새내기' 김한솔(오른쪽)과 여서정(왼쪽)이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반 금메달을 수상한 뒤 이영훈 대한체조협회장(가운데)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8.24 [대한체조협회 제공]
체조: 포스코건설 이영훈 회장


23일 오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 엑스포(JIEXPO)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마루에서 김한솔(23·서울시청), 여자 도마에서 여서정(16·경기체고)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카르타 체조장에 애국가가 연이어 울려퍼졌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32년만의 남녀 동반 금메달.

대한체조협회가 활짝 웃었다. 지난 7월 제32대 대한체조협회장으로 취임한 이영훈 대한체조협회장(포스코건설 대표이사)의 첫 국제대회다. 이 회장은 이날 김한솔과 여서정의 결승 일정에 맞춰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회장님'의 입성과 함께 남녀 동반 금메달 낭보가 전해졌다. 복 있는 장수는 지장, 용장, 덕장을 능가한다, '복장' 이 회장이 취임 첫 대회에서 한국 체조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도마의 신' 양학선이 한국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이후 6년만에 체조인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체조 경기장 한켠을 포스코건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직원들이 가득 채웠다. "대~한민국"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자카르타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체조인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여자체조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서선앵, 서연희의 금메달 이후 무려 32년만에 정상에 다시 서는 감격을 누렸다. 남자체조 역시 금메달의 여정이 쉽지 않았다. 2014년 인천대회에서 양학선의 부상 악재속에 노골드를 기록했다. 양학선이 없는 자카르타에서 '후배' 김한솔이 단체전 실수, 금메달 부담, 큰무대 징크스 등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승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며 기어이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엷은 선수층, 척박한 환경 속에 치열한 훈련과 강한 집념으로 빚어낸 금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포스코가 후원하는 대한체조협회는 32년만의 남녀 동반 금메달에 환호했다. 생전 체조와 스포츠를 유독 사랑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 포스코 패밀리는 33년째 '기초종목' 체조를 묵묵히 후원해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04년 체조단을 창단해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2006년부터는 체조협회지원금을 연간 8억원으로 늘려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체조협회는 자카르타 현장 체조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금메달 포상금을 2배로 상향 책정했다. 현장에서 이 회장이 체조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소정호 대한체조협회 사무처장은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2000만원,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해왔다. 2012년 양학선의 첫 올림픽 금메달에는 1억원의 특별포상금이 지급됐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2배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대한수영협회 박지영 부회장, 김지용 회장, 개인혼영 200m 금메달리스트 김서영, 김일파 부회장.

24일 김서영의 금메달로 수영일정을 마무리한 대한민국 경영대표팀과 김지용 대한수영연맹회장이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수영: 국민대 이사장 김지용 회장

24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아쿠아틱센터, 대한민국 수영 대표팀은 '해피엔딩'에 성공했다. 개인혼영 200m, '인어공주' 김서영(24·경북도청)이 '일본 최강자' 오하시 유이를 누르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지난 5월 취임한 김지용 신임 대한수영연맹회장이 관중석에서 선수단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2016년 3월 각종 비리로 인해 관리단체로 지정된 수영연맹이 2년5개월만에 신임회장과 함께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김서영의 쾌거에 대한민국 선수단은 뜨겁게 환호했다. 짜릿한 금메달로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했다. 신임 '회장님'의 첫 국제대회에서 값진 금메달이 나왔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박태환이 없는 이번 대회, 남녀 수영을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서영이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속 노골드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살려냈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3관왕(배영 100m, 200m, 개인혼영 200m)에 빛나는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 이후 36년만의 개인혼영 200m 금메달, 2010년 광저우 대회 평영 200m 정다래 이후 8년만의 여자 수영 금메달 역사를 썼다.

자카르타 하늘에 태극기가 올라가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애국가가 울린 직후 선수단은 한자리에 모였다. 또박또박 자신의 길을 걸어온 선배이자 후배, 동료인 김서영의 금메달 쾌거는 선수단을 하나 되게 만들었다. 김지용 대한수영연맹회장, 김일파 부회장, 박지영 부회장 등이 선수단의 노고를 위로하고 치하했다. 선수단은 김 회장에게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들의 사인이 새겨진 태극기를 선물했다.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를 따냈다. 19일 남자배영 50m에서 이주호가 동메달을 목에 걸며 수영 첫 메달을 신고했다. 20일 남자배영 50m에선 강지석이 동메달을 따냈다. 21일 개인혼영 400m에서 김서영이 은메달을 따냈고 같은날 여자접영 100m에서 절친 후배 안세현이 동메달을 따냈다. 22일 이주호(배영) 안세현(접영) 등 한국수영 남녀 종목별 최강자들이 함께 나선 400m 혼계영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호준 장동혁 김민석 양재훈은 남자계영 800m에서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지만 기존 한국신기록을 4초 가까이 앞당기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호준은 첫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200-400m 개인 베스트 기록을 찍었다. 일본과 중국이 수영에서 나란히 19개의 금메달을 휩쓴 가운데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수영이 가야할 길, 행복한 수영의 길을 고민하고 있다.

김지용 회장은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사양하며 "나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 선수들 기사를 잘 써달라"고 당부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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