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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디 장군' 이장군(26·벵골 워리어스)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카바디대표팀이 금빛 역사를 쓸까.
종주국 인도는 남자 카바디가 1990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에 조별예선에서 패하더니 결국 28년만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첫손 꼽을 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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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서 만난 이장군은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인도가 종주국이지만 우리는 인도에 강하다. 우리는 인도로부터 카바디를 배웠고 인도리그에서 뛰고 있다. 인도선수 스타일을 잘 안다"고 했다. "기술은 오히려 우리가 앞선다. 인도가 체격, 체력적인 면, 경험적인 면이 낫다. 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장군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22일 인도를 24대 23으로 이겼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인도에게 첫 패배를 안겼다.
인도에서 카바디는 한국의 프로야구만큼 인기가 높다. 카바디 경기가 열릴 때면 경기장에 기본 4000명은 들어찬다. "2014년엔 엄태덕 플레잉코치님과 4명의 선수가 인도리그에서 뛰었다. 2016년 인도에서 열린 카바디월드컵 개막전에서 한국이 인도를 34대32로 꺾었는데, 그때 현장이 있던 프로팀 구단주들이 깜짝 놀랐다. 이후 10명의 한국선수가 인도리그에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바디대표팀 12명 중 10명의 선수가 인도리그에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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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이장군은 "고3때인 2011년 수능 끝나고 체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동아대에서 운동하다가 우연히 카바디를 만났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조정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직업선수는 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동아대 이상황 코치를 만나면서 생각도, 운명도 바뀌었다. "카바디는 원팀의 협동심이 절대적이다. 수비와 공격의 심리싸움, 머리싸움도 치열하다. 언제 터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머리도 좋고 몸도 좋고 힘도 좋아야 하고, 빨라야 한다. 궁극의 종목"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우연히 만난 카바디는 이제 '장군리'의 인생이다. 맏형이자 플레잉코치 엄태덕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한국 카바디의 미래를 위해 꼭 금메달을 따기로 도원결의했다.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카바디는 동아대, 부산 지역사회의 지원속에 가시밭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금메달을 따서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는 카바디 실업팀이 생겼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카바디라는 종목에 관심을 갖고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장군은 "카바디는 이제 내 인생이다. 처음엔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하다보니 카바디가 좋아져서 그냥 열심히 했다. 이제는 카바디를 알리고 싶고 더 발전시키고 싶다. 내 인생이고, 내 종목이니까. 운이 아닌 진짜 실력으로 당당하게 우승하겠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