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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3일 바쁜 일정을 쪼개 대한민국 대표 올림피언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을 찾아왔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에서 이 선수들이 일궈낸 성과는 선수들 혼자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이 일을 해내려면 어린 시절부터 끌어주는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든든한 후원자인 부모님의 한결같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스포츠에 필요한 열정을 얻기 어렵다"며 아들딸을 훌륭한 올림피언으로 이끈 어머니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여기까지 선수들을 키워내주신 어머님들께 감사말씀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그자신 성공한 올림피언인 바흐 위원장은 어딜 가나 선수들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 이상화, 박승희, 윤성빈 등 선수들과 따뜻하게 환담을 나누며 축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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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아들' 윤성빈과 '멋쟁이 엄마' 조영희씨는 기자간담회 내내 남다른 '모자 케미'를 뽐냈다. 어머니 조씨의 '아들자랑'이 길어질라치면 뒤에 앉은 윤성빈이 쿡쿡 찌르며 만류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현실 모자'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조씨는 "성빈이가 세계랭킹 1위 했을 때 안도했다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보니 저도 부담도 됐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굉장히 자신 있어 하더라. 아이가 자신있어 하는데 엄마가 초조한 모습 보이면 안된다. 어느 선배분이 '아이와 엄마는 텔레파시가 통한다. 네가 불안해하지 마' 하더라. 그말이 맞다. 내가 즐거워하면 아이가 즐겁다"고 했다. 불안감을 극복한 방법을 묻자 "예전에는 기도를 했다. 저도 모르게 하나님, 부처님 다 찾았는데 아이가 잘 준비돼 있단 걸 알고 있어서 마음 편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성빈이가 황금개띠 해에 황금을 캐고 싶다는 이야기 했을 때 '내 아이 맞나' 했다. 이후로 금색만 보고 다녔다. 금색에 중독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날 어머니 조씨의 손톱에는 금메달 네일아트가 살포시 새겨져 있었다. 조씨는 간담회 말미 무뚝뚝한 아들의 "사랑합니다" 고백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날 바흐 위원장은 '스켈레톤 괴물' 윤성빈의 어깨를 감싸며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가더니, 윤성빈 어머니에게 'IOC기념 핀'을 선물로 건넸다. 윤성빈 어머니가 "아, 저희도 위원장님께 선물을 해야 하는데"라며 어쩔 줄 몰라 하자, 바흐 위원장은 웃으며 손사래쳤다. "4년 후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 셋이 이렇게 또 다시 만나면 됩니다. 그게 진짜 선물입니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