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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은 '팀' 경기다. 3명의 선수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3번째 최종주자의 기록이 팀기록이 된다. 앞에서 밀고 뒤에서 끌며 최고의 기록을 만들어내야 한다. 18일 이승훈이 이끄는 남자 팀추월팀은 그랬다.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이 질풍처럼 내달리며 한몸이 됐다. '강호' 네덜란드를 물리치고 전체 1위로 준결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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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박지우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함성소리 때문에 노선영이 그렇게 뒤로 처진 것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 말하듯 고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팀내 불화나 조합 문제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팀원들과 안맞는 건 없었다"고 했다. "박지우가 스타트 초반을 맡고 노선영의 부담이 적어지면서 레이스를 해보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조합은 최선이었다. 막판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박지우는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니라 팀의 실수"라면서 "작전 실패인 것 같다. 감독 선생님 걱정도 이 부분이었다. 내가 비켜서 두 번째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 (김)보름언니와 둘이 푸싱하면서 욕심을 냈던 것 같다. 기록이라도 도전해보자 싶었다. (노)선영 언니도 따라오겠다 했는데 안됐다"고 말했다.
팀 전략과 작전은 감독과 선수들의 고유 영역이다. 노선영이 뒤로 처진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함께 달린 선수가 아니라면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원팀'이 아니었다.
가장 늦게 들어온 노선영이 자책하듯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밥 데용 대표팀 코치가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1조에서 경기한 후 다른 조들의 상황을 지켜보는 상황, 2조 경기 후 순위가 순식간에 4위로 밀려나자 선수들이 망연자실했다. 김보름과 박지우 단둘이 링크 안쪽 선수존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노선영도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혼자 괴로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밥 데용 코치가 허리를 숙인 채 노선영을 위로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을 등진 채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침울하고 냉랭하고 어색한 분위기, 서로 단 한마디의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그부분이었다. 메달권 탈락이 확정된 오후 8시17분경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일어나 믹스트존으로 나갔다. 노선영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혼자 라커룸으로 빠져나갔다. 인터뷰에는 김보름, 박지우만 응했다.
경기는 잘 못할 수도 있다. 선수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원팀' 축구에서 자책골을 넣은 선수, 골을 허용한 수비수를 책망하는 팀원은 없다. 설령 노선영의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고생하셨어요" "힘내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것이 '원팀'이다. 팀이 무너지는 순간, 패배는 예정된 것이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원팀'이 아니었다. 팬들이 실망한 것은 7위라는 결과가 아니다 . 아쉬운 것은 경기력이 아니라, 하나 된 마음이었다. 팀워크가 없는 팀추월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