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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인사이드]0대8→0대2, 단일팀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발전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05:00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렸다. 세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스위스와 5-8위 순위 결정전을 펼쳤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단일팀 선수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8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렸다. 세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스위스와 5-8위 순위 결정전을 펼쳤다. 열띤 몸싸움을 펼치고 있는 단일팀 선수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8

0대8→0대2.

불과 8일 사이 펼쳐진 드라마틱한 변화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8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순위결정(5~8위) 1차전에서 0대2(0-1, 0-1, 0-0)으로 패했다. 신소정 골리가 53개의 슈팅 중 51개를 막아내는 신기의 선방을 펼치는 등 단일팀은 한층 단단해진 수비벽을 바탕으로 스위스와 맞섰다. 공격에서도 강한 포어체킹을 바탕으로 여러차례 기회도 만들어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박종아가 펄펄 날았고, 다른 라인들도 안정된 경기를 펼쳤다. 1피리어드 16분35초 사브리나 촐링거, 2피리어드 18분52초 이벨리나 라셀리에게 아쉬운 실점을 하며 결국 7,8위 결정전으로 내려섰다.

설욕에는 실패했지만 희망을 봤다. 단일팀은 지난 10일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과 비교해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상대 스위스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비록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알리나 뮬러, 라라 슈탈더, 포베 스탠츠, 사라 벤츠 등은 날카로운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짧은 기간,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해온 단일팀은 온 몸으로 부딪히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북한 선수 합류로 이슈의 중심에 서며 어수선했던 분위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가져온 긴장감을 모두 넘은 단일팀은 자신들이 준비해 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반전의 계기는 일본전이었다. 단일팀은 14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1대4로 아쉽게 패했다. 이전까지 스위스, 스웨덴을 상대로 모두 0대8 완패를 당했던 단일팀은 일본전을 통해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다. 랜디 희수 그리핀이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넣었고, 4년간 준비한 빠르고 과감한 하키를 비로소 펼쳐보였다. 이전까지 일본을 상대로 7경기에서 단 1골 밖에 넣지 못하고, 무려 106골을 내줬던 단일팀은 지난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해냈다. '공격수' 한수진은 "이제야 몸이 좀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14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렸다.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왼쪽)이 감격적인 올림픽 첫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4/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14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렸다. 이진규가 골문으로 돌진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4/
일본전을 통해 자신감을 찾은 단일팀은 스위스전에서도 선전했다. 머리 감독은 "오늘 경기처럼 첫 경기부터 했으면 더 잘 했을 것"이라며 "첫 경기서 부진하며 부담감이 커졌지만, 일본전을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고 했다. '캡틴' 박종아도 "첫 올림픽이라 많은 선수들이 긴장했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준비한 것을 못했다"며 "우리가 잘하는 다 같이 공격하고 수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했다.

이제 단일팀은 첫 승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수준 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원팀'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비수' 엄수연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 팀이라 생각한다. 가족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 같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기에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 같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1승'이다. 머리 감독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단연 승리다. 어떻게든 7위를 차지해서 홈팬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남은 경기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게임을 할 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있기에 가능한 아쉬움일 것이다. 신소정은 "이번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데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꾸준히 열심히 하고 지원을 받으면 4년 뒤 올림픽에서 나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 역시 성장하고 있기에 품을 수 있는 기대감일 것이다. 분명 단일팀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한걸음씩 발전하고 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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