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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밝았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이날 1~2차 시기를 시작으로 19일 3~4차 시기까지 기록을 합산한 뒤 순위를 결정짓게 된다.
이 순간을 위해 6년을 기다렸다. 2010년부터 봅슬레이를 시작한 원윤종-서영우 조는 오직 올림픽 금메달이란 목표 하나로 온갖 역경을 견뎠다. 2011년 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전까지 보유한 썰매도 없어 외국 선수들이 사용하던 중고 썰매로 훈련해야 했다.
평창올림픽이 확정된 이후에야 정부와 스폰서의 지원으로 썰매와 날을 구매하고 '금메달 청부사' 외국인 지도자들도 영입하면서 원윤종-서영우 조의 기량이 향상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3~4년전만 해도 한국은 썰매의 불모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기적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적이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돈 없으면 안되겠더라. 예전엔 나와 코치 1명 뿐이었는데 지금은 국내 코치 10명에 외국인 코치가 7명이다. 그 전에는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스폰서, 대한 체육회 등 정부 도움이 있었다. 우리 종목이 그렇게 해서 결실을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4년 전만 하더라도 돈이 없어서 주먹으로 땅을 치고 벽을 치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았다"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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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발목에 오륜기 문신을 새기며 평창올림픽을 준비해왔다. "자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이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열심히 노력한 결실을 금메달로 보여드리겠다. 봅슬레이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난의 과정에 있었던 브레이크맨으로 기억되고 싶다." 서영우의 당찬 포부다.
'파일럿' 원윤종은 "국민들이 기뻐할만한 결과를 이뤄내는 것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내 목표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어 한국 썰매 종목이 앞으로 꾸준히 국제무대에 활약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예고대로 로이드 코치를 추모하기 위해 헬멧과 썰매에 'G'를 붙이고 뛴다. G는 '곰머(로이드 코치의 별명)'에서 딴 첫 번째 영어 이니셜이다. 원윤종은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를 지도하고 이끌어줬던 로이드 코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는 아시아 최초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24·강원도청)의 기가 남아있다. 원윤종-서영우 조가 좋은 기를 받아 기적을 일궈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