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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Live]가면 내려놓은 北응원단, 독도는 놓지 않았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2-12 23:20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북한 응원단이 힘차게 응원을 펼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힘내라!" "장하다!" "조국! 통일!" "우리! 민족끼리!"

북한 응원단의 응원 패턴은 기계적이다. 관중석 중앙부에 위치한 '응원단장급' 인원 2~3명이 주도하고, 나머지 인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따라간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별리그 B조 2차전이 치러진 관동하키센터 풍경도 그랬다.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북한 응원단과 한국의 치어리더(아래)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북한 응원단은 경기 중 서로 잡담을 나누지 않았다. 얼굴엔 미소만 가득했다. 선수 이름을 잘 모르니 주로 내는 목소리는 "아!" "오~" "어어!" 정도. 장내 분위기와 북한 응원단은 따로 놀았다. 북측은 경기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자신들만의 응원을 고집했다. 파도타기 행렬엔 함께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하늘색 스커트를 나부끼며 북측 가요를 부르고, 외국인 관객의 키스 장면이 스크린을 타 모든 관중들의 환호가 터져나올 땐 '아리랑' 가락을 뽑았다.

대회 개막 후 철저히 자신들만의 '패턴 응원'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 응원단. 그러나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논란이 됐던 정체불명의 가면을 내려놨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 예선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북한 응원단이 남자 가면을 쓰고 응원을 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 하태경 의원 등은 이 가면을 김일성 가면이라고 표현했지만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된 추정이다. 북측 스스로가 그런 표현을 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0/
북한 응원단은 지난 1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스위스전에서 '가면 응원'을 선보였다. 한 남성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널리 알려진 북한 가요 '휘파람'을 부르며 율동을 펼쳤다. 일각에선 이 가면을 '김일성 가면'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고,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김일성의 젊은 시절 사진과 문제의 가면을 비교하며 "김일성 가면이 맞다"고 주장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와 관련된 추측성 보도도 있었다.

통일부가 진화에 나섰다.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응원단' 제하 보도는 잘못된 추정임을 알려드린다"고 명시했다. "현장에 있는 북측 관계자 확인 결과, 보도에서 추정한 그런 의미는 전혀 없으며 북측 스스로가 그런 식으로 절대 표현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 가면이 단순 '미남 가면'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북한 응원단이 힘차게 응원을 펼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한반도를 한 차례 뒤흔들었던 문제의 가면, 스웨덴전에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논란 속에서도 북측이 놓지 않은 게 있었다. '독도 한반도기'다. 북한 응원단은 이날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경기 전부터 흔들며 밝은 모습을 보이더니, 경기 시작 후엔 열렬히 흔들며 응원전을 펼쳤다.

당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정치적 의미가 스포츠에 결부될 것을 우려했던 선택. 지난 4일 단일팀-스웨덴 아이스하키 첫 평가전서 등장했던 '독도 한반도기'를 일본 정부가 문제 삼고 나선 것이 발단이었다. 우리 정부는 6일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IOC의 권고에도 북한 응원단은 개회식은 물론, 10일 단일팀의 아이스하키 스위스전에서도 '독도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쳤다.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북한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이러한 북측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다름아닌 일본. 일본 우익 매체 산케이는 개회식 후 '남북 공동입장 땐 한반도기에 독도가 없었지만, 북한은 일본과의 영토 문제를 이용해 남한과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노 타로 일본 외무장관은 "북한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11일 IOC-평창조직위 공동 기자회견 때는 자신을 일본 NHK 소속이라고 밝힌 한 기자가 "단일팀의 아이스하키 경기 중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가 등장했다. 정치적 메시지 아닌가"라고 따지듯 묻기도 했다.

IOC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11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안을 다뤘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공식 유니폼과 깃발 등은 남북 및 IOC가 로잔에서 합의한대로 했다. 그 이외 문제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성백유 평창조직위 대변인은 "경기를 방해한다면 막을 의무가 있지만, 소품관리 등 관중행위 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은 (조직위엔)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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