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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인사이드]파워플레이 훈련, 그 속에 숨은 백지선식 디테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12 17:09 | 최종수정 2018-02-13 05:00



백지선 매직의 요체는 '디테일'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4년 백지선 감독의 부임 전, 후로 나뉜다. 한국은 그의 지휘 아래 34년만에 일본을 꺾었고,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19개국만이 누렸던 톱디비전행이라는 기적을 썼다.

그 힘은 디테일이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선수단을 개조하고 상대 전술을 파악해 해법을 제시한다. 그 해법이 꽤 구체적이다. 아주 작은 동작까지도 짚어낸다. 슬랩샷, 스냅샷, 리스트샷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슛동작마다 1초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해 수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것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백지선식 디테일이 결정적이었다.

또 한번의 기적에 도전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백지선호는 11일 결전지 강릉에 입성했다. 지난달 22일 진천선수촌에서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2월 1일부터 카자흐스탄과 두차례, 슬로베니아, 러시아와 평가전을 펼친 백지선호는 강릉 입성 후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첫날 오후, 둘째날 오전 훈련을 마친 선수들 입에서는 "힘들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왔다. 백 감독은 "올림픽이 그렇기에 쉽지 않은 무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둘째날 훈련의 포인트는 파워플레이(상대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세)였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캐나다(1위), 체코(6위), 스위스(7위)와 함께 A조에 속했다. 현역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실력이나 경력에서 몇수위의 상대들이다. 그나마 실질적으로 노려 볼 수 있는 것은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다. 파워플레이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4번의 평가전에서 22번의 파워플레이 기회를 잡았지만 골로 연결시킨 것은 1번뿐이었다. 파워플레이 성공률이 4.54%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10%만 되도 부진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20%는 넘어야 그래도 상대와 게임다운 게임을 해볼 수 있다. 전력이 약한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딱 1번 파워플레이를 살렸던 카자흐스탄과의 2차전에서 유일한 승리를 챙겼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 감독이 파워플레이를 강조하는 이유다. 공격수 신상우는 "득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살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초반 20분간 브레이크 아웃(디펜시브존에서 퍽을 소유하고 빠져나가는 움직임)에 이어 역습하는 과정을 점검한 백 감독은 나머지 40분을 모두 파워플레이 연습에 할애했다. 실전을 방불케했다. 5명의 선수들이 디펜시브존부터 출발해 골까지 노리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수비가 볼을 뺏으면 곧바로 중단하고, 다시 디펜시브존부터 공격을 펼쳤다. 라인을 바꿔가며 반복, 또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중간중간 박용수 코치가 들어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디테일이 빛을 발했다. 세부적인 지시, 이상이었다. 신상우는 "선수들을 따로 불러서 한명, 한명 위치를 지정해줬다. '이렇게 움직여라'가 아니라 어디 정도까지 가면 서있고, 그 다음에 누가 어디서 언제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아주 세세하게 지정해줬다"고 했다. 김상우도 "백 감독님과 박 코치님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많이 상대해보셔서 그들만의 특징에 대해 잘 알고 계신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일일이 설명해준다"고 했다.


강도 높은 훈련 속 숨겨진 백 감독의 디테일은 기적을 쓸 수 있을까. 한국은 15일 오후 9시10분 강릉하키센터에서 체코와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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