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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종과 윤성빈은 몇 번이나 탔나?"
이 감독은 "각국 대표팀 관계자를 비롯해 선수들도 알고있듯이 개최국 선수들은 다른 국가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올림픽 트랙을 많이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썰매가 홈 이점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인 이유다. 때문에 메달 경쟁팀 감독들은 봅슬레이 파일럿의 원윤종과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몇 차례 주행을 했는지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더라"고 귀띔했다.
이미 지난달 31일 미디어데이에서 이 감독이 밝힌 대로 지난 2016년 10월부터 원윤종은 452회, 윤성빈은 380회 정도 평창 트랙을 탔다. 계획했던 500회는 못 채웠지만 준비과정은 만족스러웠다. 16개 코스마다 어느 라인이 빠른지를 모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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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고도의 심리전이 막을 올렸다. 이 감독도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그 중 한 가지는 두 번씩 주행할 수 있는 세 차례 공식훈련 중 한 차례만 참가하는 것이다. 스켈레톤 공식훈련은 오는 11일부터 사흘간 진행되고 봅슬레이는 15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전력노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이 감독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 감독은 "우리는 모든 코스의 어느 라인이 빠른지 알고 있다. 외국 팀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이제서야 다시 트랙 주행을 통해 파악하는데 혈안이다. 굳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전력을 노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훈련을 할 때 각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코스별로 나뉘어 영상을 찍을 수 있다. 그 동안 우리가 쌓은 노하우가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 그래서 트랙 노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 감독은 "원윤종과 윤성빈이 주행 연습을 하지 않았을 때 외국 선수들은 자신들이 주행한 경로가 빠르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이후 둘째날 공식 훈련 때 한국 선수들이 탄 라인을 분석하게 되면 혼돈을 겪게 될 수 있다. 자신의 주행라인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탈 것인가를 놓고 괴리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실전 경기를 하루 앞두고 한국 선수들이 지나간 경로를 분석해 다시 트랙에 적용시킨다는 건 썰매 종목에서 불가능하다. 그런 선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본조건은 충족돼야 한다. 봅슬레이 원윤종과 스켈레톤 윤성빈이 한 차례 공식훈련에서 자신이 평창 트랙에서 얻은 가장 빠른 기록에 근접하게 주행해야 한다. 그래야 전력노출을 최소화 시키면서도 상대에게 더 큰 불안감을 안길 수 있다.
이 감독은 "사실 '모' 아니면 '도' 전략이긴 하다. 그래도 그 동안 훈련한 선수들을 믿고 있다"며 "평창이 아닌 진천에서 훈련하는 것도 외국선수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의 치밀한 고도의 심리전 속에 외국 선수와 지도자로선 '평창의 잠 못 드는 밤'이 시작될 조짐이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