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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다!" 드디어 처음 만난 남-북 女아이스하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15:09


우리나라와 단일팀을 구성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해 환영식을 하고 있다. 남북한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2018.01.25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

세번의 힘찬 구령이 진천선수촌에 울려퍼졌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남북 단일팀이 세상에 공개됐다.

25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마침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평창 참가 남북 회의'를 통해 올림픽 역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탄생했다. IOC는 기존의 한국 23명에 북한 12명을 합쳐 총 35명에, 경기에 나서는 출전 엔트리 22명 중 북한 선수 3명을 포함토록 했다.

언제, 누가 올지도 몰랐던 북한 선수단은 25일 방남을 결정했다. 25일 오전 마침내 면면이 공개됐다. 박철호 감독이 이끄는 북한 선수단은 김은정, 려송희, 김향미, 황용금, 정수현, 최은경, 황선경, 진옥, 김은향, 리봄, 최정희, 류수정으로 구성됐다. 황용금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 출전했던 멤버들이다. 당시 북한 대표팀을 이끌었던 리원선 감독 대신 이번 단일팀에는 박철호 감독이 북한 선수들을 통솔한다.

보조인력까지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 북한 선수단은 이날 육로를 통해 입경한 뒤, 버스를 타고 곧바로 충북 진천선수촌으로 향했다. 북한 선수단이 탄 버스는 예상시간이었던 낮 12시30분에 정확히 맞춰 진천선수촌 빙상장 출입문 앞에 도착했다. 이재근 진천선수촌장, 이호식 부촌장,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일렬로 늘어서 버스에서 내리는 북한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환영했다. 우리 측은 "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북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안녕하십니까"라며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했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해 환영식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주고있다. 2018.01.25 <사진공동취재단>
이어 빙판에서 함께 땀흘릴 남북 선수단이 처음으로 대면했다. 빙상장 안에서 대기하던 우리 선수단은 북한 선수단의 도착 시간에 맞춰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출입문 앞으로 나왔다. 우리 선수단은 2열 종대로 늘어서 북한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악수했다. 워낙 추운 날씨 탓에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굳은 표정이었지만 꽃다발을 전달할 때는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재근 선수촌장은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 동안에 한 마음 한 뜻으로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내주시길 기대한다. 훈련하는 데 부족함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입촌을 환영했다. 북한의 박 감독도 "이번에 우리 북과 남이 이제 하나가 돼 유일팀으로 참가하는 것에 대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이 짧은 기간에 서로 힘과 마음을 합쳐서 승부를 잘한다면 좋은 경기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박 감독은 "경기에서 지겠다는 팀은 없는만큼 우리의 모든 것을 발휘해서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행되던 인터뷰는 북측 관계자가 "무례합네다. 멀리서 오셨는데 말이야. 빨리 좀 휴식 좀 주야지"하며 웃으며 막자, 정리됐다.

이후 남북 선수들은 기념사진을 위해 함께 모였다. 북한 감독의 돌발 행동도 있었다. 북한 감독이 새러 머리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낸 것. 머리 감독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남북 선수단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구호 3번을 외친 후 기념사진 찍고 행사는 종료됐다. 북한 선수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 타고 왔던 버스에 재탑승했다.


우리나라와 단일팀을 구성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해 환영식을 하고 있다. 새러 머리 한국 감독과 박철호 북한 감독이 인사를 하고있다. 2018.01.25 <사진공동취재단>

일단 북한 선수들은 진천선수촌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한국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지 않는다. 일단 남북 선수단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은 라커룸이다. 진천선수촌 4층에 단일팀 선수단 35명에 맞춰 라커룸을 재정비했다. 입구에 한반도기가 새겨진 가림막이 설치됐다. 한국 선수 2명, 북한 선수 1명 순으로 라커를 배치했다. 이미 이름표도 다 붙였다. 정몽원 회장은 "머리 감독이 남북 선수들끼리 빨리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결정"이라며 "북한 하키를 호케이라고 부른다. 하키 용어부터 달라서 이런 부분들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달라진 라커를 본 박종아는 "라커 가림막과 이름표는 오늘 처음 봤다. 이제 조금 실감이 난다"고 했다. 신소정도 "새롭게 바뀐 라커룸을 오늘 처음 봤다. 실감이 조금 나는 것 같다. 시간이 없으니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스케이트, 스틱은 합의 사항에 따라 IOC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장비는 북측 선수들이 가져온 것을 쓸 예정이다. 유니폼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서 지원하고, 선수단은 아직 단일팀 유니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단일팀은 이날 오후 머리 감독 주재로 환영 오리엔테이션을 한 후 26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진행한다. 이번주는 북측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하고,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합동 훈련을 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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