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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시상식장에서 '밴쿠버 스타' 모태범(29·대한항공)을 본 적이 있다. 후덕해진 실루엣에 내심 놀랐다. '운동을 그만뒀나'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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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올림픽, 함께 금메달을 따낸 '한체대 삼총사'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4년 후 소치에서 '삼총사'의 희비는 엇갈렸다. 이상화는 여자 500m 2연패에 성공했다. 이승훈은 후배들을 이끌고 팀추월에서 극적인 은메달을 땄다. 모태범만 홀로 빈손으로 돌아왔다.
평창올림픽 시즌, 이를 악문 지옥훈련 끝에 30㎏를 감량했다. 평창 티켓이 걸린 월드컵시리즈, 주종목인 500-1000m 2종목 출전권을 기어이 따냈다. "저만 500-1000m 두 종목에 나간다. 한 종목만 돼도 만족하려 했는데 티켓 2장을 따고 정말 기뻤다. 월드컵 시즌을 돌면서 올림픽 티켓을 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꼈다. '그래도 아직 안 죽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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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나이 서른, 성공도 실패도 모두 겪은 모태범은 매력적이다. 여전히 장난기 잘잘 흐르는 눈매, 그러나 스케이트와 사람을 대하는 눈빛은 한결 깊어졌다. 평창 이후에도 오래도록 스케이터로 남을 생각이다. "이승훈 선수는 4년 후에도 한다는데?"라는 도발에 기다렸다는 듯 "네! 저도 해야죠" 한다. "외국에는 서른부터 서른다섯 사이에 톱클래스 선수들이 정말 많다. 고다이라 나오처럼 30대에 잘 타는 선수들을 보면 당연히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올림픽이 끝난다고 해서 운동을 관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 4년은 더 해보고 싶다."
팀 스프린트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를 희망했다. "매스스타트가 평창에서 첫 정식종목이 된 것처럼, 팀 스프린트 종목이 생기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한결같이 정상을 지키고 있는 '밴쿠버 금메달 동기' 이상화와 이승훈의 존재 역시 언제나 힘이 된다. "상화와 승훈이는 (스케이트를) 계속 잘 탔지만 나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친구들을 보며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늘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생애 세번째, 평창올림픽 목표는 그저 메달이 아니다. 자신의 기록을 넘는 것,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는 것이다. "소치올림픽 때는 부담감이 컸다. 지금은 그런 부담이 없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평창에서의 목표는 작년보다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다. 응원 주시면 부끄럽지 않게, 최선 다하는 경기를 해보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