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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수년 전 일이다.
FA 이적을 대비한 안전 장치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적 연봉 인상이었지만 생갭다 후유증이 컸다. A 구단 관계자는 "B 선수의 FA 전 연봉 협상 결과가 초래한 후유증이 5년 정도는 갔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후유증이란 타 선수들과의 협상시에 발생한 잡음을 뜻한다. 프로 선수의 가치는 연봉, 몸값으로 표현된다. 지난해 성적 수치와 활약상, 그 외 팀 기여도 등을 감안해 측정되는데 당연히 선수들끼리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A 구단의 경우, B 선수의 연봉을 대폭 인상한 이후로도 꽤 오래 후유증을 겪은 케이스다. B 선수처럼 FA를 1~2년 앞둔 다른 선수들이 "연봉을 인상해달라"는 민원을 계속 제기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구단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말 그대로 '전략'이다. 정말 값어치가 높은, 팀내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선수이거나 일찌감치 경쟁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전략적으로 보상금을 높여놓는 방식이다. FA 등급제가 시행됐지만, 선택에 따라 보상금을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 100%, 150%, 200% 최대 300%까지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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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당 선수를 반드시 잡으려고 하는 팀이라면 보상금 때문에 망설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상금 규모가 클수록 원 소속 구단에게는 유리한 게 사실이다. 또 FA 등급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승할 수록 보상 선수 역시 더 넓은 폭 안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예비 FA 선수들의 연봉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후유증에 대한 생각을 안할 수는 없다. A 구단이 안전 장치를 마련해놨지만, 결과적으로 B 선수는 팀을 옮겼다. 그 이후로는 예비 FA 프리미엄을 크게 두지 않고 있다. 팀내 다른 선수들의 불만이 결국 팀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의 '연봉 협상'은 진정한 의미의 '협상'은 아니다. FA는 협상이 될 수 있지만, 연봉 협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각 구단별로 데이터별 가중치를 설정한 '연봉 프로그램'이 짜여져있다. 이미 각 선수별로 지난해 기여도에 따른 적정 연봉 액수가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계산돼 나온다.
산정 방식은 무척 정교하다. 단순히 평균자책점이나 타율 같은 데이터 뿐 아니라, 타구 당, 투구 당 값어치를 세세하게 매겨진 결과다. 예전처럼 연봉 협상 담당자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조금씩 더 주거나, 감정이 안 좋은 선수를 일부러 삭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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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들이 "만약 연봉을 수긍하기 어려우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추가 요인을 제시하라"고 이야기 하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근거 자료를 내기 어렵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세세하게 잘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몇몇 예비 FA 선수들의 연봉에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표적 사례가 KT 위즈 강백호, KIA 타이거즈 조상우, 최원준 등이다. FA를 앞둔 강백호는 연봉이 2억9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무려 4억1000만원 인상됐고, 역시 FA를 앞둔 최원준도 2억2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로 이적한 조상우도 지난해 성적과 출전 경기, 이닝수만 놓고 보면 인상보다 삭감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보였지만, 3억4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역시 예비 FA인 점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단순히 보상 금액 뿐만 아니라 FA 등급을 최대한 올려, 보상 선수 선택의 폭도 넓히려는 구단들의 전략적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올해 FA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구단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궁금해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