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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기성(棋聖) 김다영, '최정-오유진 2강 구도' 흔들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12-06 09:46


◇김다영 2단(오른쪽)이 오유진 5단을 누르고 초대 여자기성에 등극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집념과 투혼의 승리였다.

김다영 2단(19)이 초대 '여자 기성(棋聖)'에 등극하며 여자바둑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5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끝난 제 1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김다영 2단이 '동갑내기 절친' 오유진 5단(19)에게 261수 만에 흑 불계승하며 종합전적 2-1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2015년 8월 입단한 뒤 2년 4개월 만의 첫 우승.

밤 11시 12분에야 끝난 혈투였다. 중반까지는 오유진의 절대 우세. 김다영은 대마가 쫓기며 불안불안한 상황을 이어갔고, 뒤집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누구와 만나도 질 것 같지 않다"며 두 눈이 초롱초롱하던 김다영의 기세에 눌렸을까. 김다영의 연이은 배짱 넘치는 강수에 오유진이 흔들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2곳의 대마가 다 완생하면서 믿기 어려운 역전을 일궈냈다.

김다영 2단은 "초반 하변에서 백이 막는 수(백50)를 생각하지 못 해 좋지 않게 시작했지만 중반에 간신히 역전했다"면서 "제가 속한 조에 강자가 많아 첫판부터 기대하지 않고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앞으로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다영 2단은 본선 16강에서 오정아 3단에게 불계승한 데 이어 8강에서 여자랭킹 1위 최정 8단에게 흑 1집반승을 거두며 우승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4강에서는 언니 김채영 3단을 꺾고 올라온 조승아 초단을 불계로 물리치며 결승 3번기에 진출했다. 여자바둑계를 지배하던 '최정-오유진' 2강 구도를 무너뜨렸다.


◇응원온 언니 김채영 3단과 함께 한 김다영 2단. 사진제공=한국기원
김다영 2단은 아버지 김성래 5단, 언니 김채영 3단과 함께 3부녀 프로기사로 유명하다. 아버지는 올해 시니어바둑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언니는 여자바둑리그에서 다승왕에 올랐다. 집안에 겹경사가 이어지며 바둑 명문가의 명성을 굳혔다.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박정상 9단은 "중반 이후 버텨서 역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2017년 세계 여자바둑계를 석권한 한국 여자바둑계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것이 큰 수확"이라고 김 2단의 우승을 평가했다.

우승상금 3000만원의 주인공이 된 김다영 2단은 여자기성전 우승으로 3단으로 한단 승단하는 보너스도 챙겼다. 오유진 5단과의 통산전적도 4승 3패로 한발 앞서가게 됐다.


돌을 던진 뒤 한동안 멍하니 반상을 응시하던 오유진 5단은 "결승 내용에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제지가 후원을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한 '제1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은 국내 여자 개인전 최대인 1억 5000만원 규모로 열렸고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00만원이다. 이번 대회는 국내 공식대회 최초로 '피셔 방식'으로 열려 관심을 모았다.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30초가 주어졌다.

시상식은 18일 오전 11시 30분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5층 로즈홀에서 열린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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