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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전통적으로 서울시 어르신생활체육 대회의 백미는 생활체조다. 서울시 24개 자치구 생활체조 대표팀이 자존심을 건 경연을 펼쳤다. 라이브 MC 신용주 교수의 진행에 맞춰 관중석의 신명나는 준비운동으로 대회가 시작됐다. "외발서기 20초를 못버티면 뇌질환에 걸릴 확률이 70% 이상이랍니다. 외발서기 다같이 해볼까요?" 체육관을 가득 메운 시니어들이 서로 어깨를 겯고 외발로 20초를 버텨냈다. 트로트송 '내 나이가 어때서'에 맞춰 온몸을 두드리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영등포구 대표팀의 라인댄스로 생활체조 경연이 시작됐다. 동네 복지관, 구청 체육센터에서 수개월간 갈고 닦은 강서구 대표팀은 HOT의 '캔디'에 맞춰 건강 스트레칭을 가미한 창의적 체조로 큰 박수를 받았다. 금천구는 태권무를 선보였다. 평균 연령 75세, 매주 3시간씩 땀을 흘렸다는 소개가 이어졌다. '핫핑크' 동작구 대표팀의 첫 도전도 눈에 띄었다. 싸이의 '뉴페이스', 홍진영의 '따르릉'에 맞춰 신명나게 허리를 흔드는 모습은 청춘과 다르지 않았다. 동대문구는 '파란나라'에 맞춰 스트레칭 생활체조를 선보였다. 구로구 선수단이 입장하자 응원단들이 일제히 핑크색 우산을 펼쳐들었다. '안녕들 하십니까'에 맞춰 흥겨운 라인댄스를 선보였다. 노원구는 반짝이는 중절모에 빨간 스카프로 멋을 낸 어르신들이 절도 있는 라인댄스를 선보였다. 이어진 마포구 대표팀의 '아리랑' 접시 부채춤 생활체조는 안무도 인상적이었다. 도봉구는 선수단과 응원단이 똑같은 복장으로 맞춰입고 혼연일체 '샤방샤방' 댄스를 선보였다. 엄정화의 '포이즌'을 선택한 중랑구 대표팀의 군무는 '실버 세대'라고 믿기 힘들 만큼 파워풀했다. 성동구는 훌라후프를 이용, '월드컵송'에 맞춰 오륜기댄스를 선보였다. 에너지가 넘쳤던 중랑구 대표팀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2위는 성동구, 도봉구, 3위는 구로구, 서대문구, 마포구에 돌아갔다.
12년째 이 대회에 참가해온 '베테랑 지도자' 서울 중구 체육회 김경희 팀장은 "참여인원과 참여도는 물론 프로그램의 수준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매년 회원님들이 올해는 언제 나가냐고 먼저 물어보실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회를 앞두고 두 달간 일주일에 3번씩 연습했다. 체력, 근력도 키우고, 스트레스도 풀고, 프로그램을 외우다보면 기억력도 좋아진다. 운동을 시작한 후 계단도 거뜬히 잘 올라가게 됐다고 '고맙다' 말씀하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정창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역시 12년째 성장하고 있는 어르신생활체육대회에 자부심을 표했다. "100세 시대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참 좋은 운동회"라면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통합 후 두번째 맞는 어르신 체육대회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스포츠 동호인들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시니어들의 운동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도 늘어나고 있다. 향후 양적인 부분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을 더 고민하겠다. 잠실에서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종목을 더 많이 개발하고, 스포츠 축제로서의 기능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회장 한켠에 붙은 어르신 생활체육대회 공개 만족도 조사, '내년 재참여 의사'를 묻는 항목에 '긍정'을 뜻하는 푸른색 스티커가 한치 빈틈없이 붙었다. 땀 흘리며 환하게 웃는 내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졌다. 100세 시대, 운동하는 노년은 결코 늙지 않는다. 스포츠는 최고의 복지다.
·잠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