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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눈망울은 진한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던 무대. 첫번째 '강릉 나들이'였다.
경기 후 만난 차준환은 "많이 아쉽다. 쇼트프로그램이 잘돼서 프리스케이팅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는데 점프 실수가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점프 실수 과정에서 미끄러진 것 같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차준환은 잠시 머뭇거렸다. 알고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차준환은 "스케이트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번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실수했던 부분이라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른 스케이트에 문제가 있었다. 파이널 전부터 부츠가 물렁해져서 교체하려고 했는데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테이핑을 강하게 했는데도 점프 찍을때 무너졌다"고 아쉬워했다. 차준환의 소속사인 에스엠갤럭시아의 이일규 부장도 "괜한 핑계 같아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었다. 캐나다 전지훈련 전까지 교체를 마칠 예정"이라고 귀뜸했다.
그래도 한국 피겨스케이트의 미래, 차준환은 씩씩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단 '결전지'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겼다. 차준환은 "올림픽 경기장이지만 평소 시합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실수 빼고는 잘했다"고 웃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이번 대회가 펼쳐진 강릉아이스아레나는 연습 중인 캐나다와 빙질이 비슷하다. 올림픽이 펼쳐지는 무대서 긍정적인 기운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차준환 구성 요소 중 유일한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의 성공률이 높아지며 4회전 점프의 추가 구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오가고 있다. 차준환은 현재 쿼드러플 루프, 쿼드러플 플립 등을 연습 중이다. 오서 코치는 "쿼드러플 살코를 한차례 더 추가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차준환은 "4회전 점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완성도"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차준환의 시선은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역시 더 큰 그림은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차준환의 전략은 '스텝 바이 스텝'이다. 그는 "세계주니어선수권 성적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작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실수를 했다. 그때보다 완성도 높은 연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도 매 대회 마다 집중하겠다"고 했다. 오서 코치도 "일단 올림픽 출전이 먼저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임은수(한강중)가 종합선수권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임은수는 여자부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0.49점, 예술점수(PCS) 56.96점을 묶어 127.45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4.53점(TES 37.85점, PCS 26.68점)을 받은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총점 191.98점으로 1위에 올랐다. '여제' 김연아 은퇴 이후 190점을 넘은 것은 임은수가 처음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유 영(문원초)은 마지막 점프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180.88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