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9·미국)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8)를 향한 함성이었다. 그의 복귀전을 기다린 팬들이 하나가 됐다. 세계 최초로 복싱 8개 체급을 석권한 '살아 있는 신화'이자 누구보다 빨랐던 필리핀의 영웅. 파퀴아오는 지난 4월 티모시 브래들리(33·미국)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5월 필리핀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그동안 의정활동에만 매진했다. 하지만 복싱에 대한 애정을 끊을 수 없었다. 7개월 만에 다시 링에 올랐다. 상대는 현 웰터급 챔피언 제시 바르가스(27·미국). 그리고 링 근처에 메이웨더가 있었다.
파퀴아오와 메이웨더는 은퇴 전까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나란히 최고임을 자부했지만, 정작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맞대결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메이웨더가 일부러 피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2년 파퀴아오보다 많은 대전료를 요구하며 경기를 무산시킨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결국 웃은 쪽은 메이웨더다. 지난해 5월 '세기의 매치'에서 파퀴아오를 눌렀다. 당시 메이웨더는 지나치게 방어적인 모습으로 눈총을 샀지만, 냉정한 경기 운영으로 점수를 얻었다. 또 파퀴아오가 어깨 부상을 당해 이득도 봤다. 이후 파퀴아오는 부상에서 회복해 재대결을 외쳤지만, 메이웨더는 이를 외면했다.
그러나 파퀴아오는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건재함를 과시했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체력적이 밀릴 것이라는 평가를 뒤집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1라운드 초반 바르가스가 더 역동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1라운드는 바르가스의 우위"였다면서 "하지만 2라운드부터 파퀴아오의 풋워크가 살아났다"고 평했다.
실제 1라운드에서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한 파퀴아오는 2라운드에서 다운을 빼앗았다. 왼손 카운터 스트레이트를 바르가스의 안면에 적중했다.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으나 바르가스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이에 다급해진 바르가스가 파퀴아오의 접근을 차단하며 긴 리치를 활용했다. 4라운드에서는 파퀴아오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바르가스의 최종 펀치 정확도는 19%, 파퀴아오는 36%였다. 파퀴아오는 특히 순간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끊어치는 펀치로 바르가스를 괴롭혔다. USA 투데이도 "바르가스가 따낸 라운드는 1라운드, 4라운드, 6라운드다. 나머지는 모두 파퀴아오가 가져갔다"라고 했다.
심판들의 생각도 같았다. 114-113, 118-109, 118-109.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이었다. 이날 승리로 챔피언 벨트를 되찾은 파퀴아오는 59승(38KO) 2무 6패를 기록했다. 바르가스의 전적은 27승(10KO) 2패가 됐다. 메이웨더는 경기 후 묘한 웃음을 지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