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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주세혁의 아쉬운 작별, 정영식의 도쿄 다짐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8-18 18:46


탁구 남자대표팀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센트루 파빌리온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과 승부를 펼쳤다. 4단식, 티모 볼과의 경기에 출전한 주세혁이 실점을 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16.0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N

3시간 46분의 혈투가 막을 내리는 순간 '베테랑 깎신' 주세혁(36·삼성생명)의 입에선 아쉬움의 탄식이 흘렀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게 내 실력이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 마침내 끝을 봤다. 2016년 리우올림픽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세 번째 올림픽이었다. 4년 전 런던 대회 후 선배 오상은(39))과 후배 유승민(34)이 떠났다. 주세혁도 국가대표 은퇴를 고려했다. 그러나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주세혁이 기나 긴 '올림픽 여정'을 마감했다. 그는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따면 내 모든 임무는 끝난다"고 했다. 하지만 꿈은 이루지 못했다. '노메달'이었다. 단체전이 아쉬웠다. 그는 두 번째, 네 번째 단식에 나섰다. 하지만 눈물이었다. 두 번째 단식에선 드미트리 오브차로프(28)에 2대3(5-11, 9-11, 11-8, 11-2, 6-11), 네 번째 단식에서는 티모 볼(35)에 0대3(8-11, 9-11, 6-11)으로 패했다. 한국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3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에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동메달 문턱에서 좌절했다.


17일 오후(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남자 탁구 단체 동메달 결정전이 열렸다. 한국이 독일에 패했다. 단체전 대표팀(왼쪽부터 주세혁, 이상수, 정영식, 이철승 코치)이 이야기를 나누고있다./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주세혁은 "후배들이 잘 해줬는 데 아쉬움이 많다. 결국엔 해내지 못했다. 2회전 단식에서 승기를 잡았었어야 했는데 과감하지 못했던 게 패인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2회전 단식에서 상대가 실수가 많은 선수인데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상황에서 내가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4회전 단식 전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 저항이 강력해지면서 덤덤해졌다. 티모 볼과는 국제대회서 자주 만났다. '마지막에 다시 붙어보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내 실력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누가 뭐래도 주세혁은 뿌리깊은 나무였다.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 남자단식 준우승 이후 13년간 줄곧 정상권을 지켰다. 수년째 자가면역질환인 '희귀병' 베체트병을 앓고 있지만 견디고, 또 견뎠다. 베체트병은 4년 전 런던 대회 직전 찾아온 발목 통증이다.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불쑥 찾아온다.

주세혁은 "마지막 올림픽이다보니 4위로 마친 결과가 계속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두 후배들이 첫 대회치고 너무 잘 싸워줬다. 후배들에 대한 신뢰가 커진 것 같다. 한국 탁구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4년 뒤에도 잘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17일 오후(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남자 탁구 단체 동메달 결정전이 열렸다. 한국의 정영식이 독일 B. STEGER 와 경기를 펼치고있다. 정영식이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고있다./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주세혁이 떠나는 대신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간판이 등장했다. 정영식이다. 그는 단식 16강에서 세계 1위 마롱(중국)을 상대로 2세트를 먼저 따내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단체전에서도 첫 단식에서 접전 끝에 바스티안 스테거(35)를 3대2(12-10, 6-11, 11-6, 6-11, 13-11)로 꺾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세 번째 경기에서 이상수와 복식으로 짝을 이뤄 대혼전을 펼쳤지만 2대3(11-9, 6-11, 7-11, 11-9, 9-11)으로 패하며 반전에 실패했다.

정영식은 올림픽 무대에서 폭풍 성장했다. 세계 톱 랭커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장기인 백드라이브는 견고했다. 연결력에 치중하는 약한 탁구로 폄하됐던 그의 탁구가 강해졌다. 거침없는 선제공격이 탁구대를 뒤흔들었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


정영식은 "첫 올림픽이었다. 패기 넘치게 하고자 했는데 메달을 따지 못한 게 아쉽다. 사실 첫 대회라 너무 흥분해 스스로 바보같다는 생각도 했다"며 "기회만 잡는다면 중국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는 세혁이 형에게 많이 의지했지만 2020년 도쿄 대회 때는 나머지 두 선수가 내게 의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3회 연속 메달 획득 목표를 이뤄내지 못한 만큼 꼭 이뤄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노메달'의 아픔은 컸다. 하지만 남자 탁구는 리우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를 이루는 수확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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