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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탁구 신성' 정영식이 준 중국 격파의 '희망'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8-16 20:29


1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오센트로 파빌리온 3경기장에서 열린 탁구 남자 단체전 준결승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정영식이 실점을 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정영식은 1단식에서 3대2로 패했다. /2016.08.15/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N

16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오센트로 파빌리온3에서 벌어진 '세계 최강' 중국과의 2016년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단체 4강전.

선수들의 표현대로 정말 '벽'에 때리는 것 같았다.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았다. 두번째 경기에 나선 '백전노장' 주세혁(36·세계랭킹 14위)은 세계랭킹 1위 마롱을 상대로 단 20분만에 셧아웃됐다. 3세트 동안 그가 따낸 점수는 9점 뿐이었다. 3번째 경기인 복식에서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게했던 순간도 있었다. '차세대 에이스' 정영식이 출전한 첫번째 경기였다.

정영식은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지커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강력한 백핸드 공격이 살아나며 1세트를 접전 끝에 15-13으로 따낸 정영식은 2세트에서도 기세를 올렸지만 듀스 끝에 11-13으로 내줬다. 3세트도 숨막히는 승부가 이어졌다. 정영식이 과감한 공격을 펼치며 11-9로 이겼다. 한 세트만 더 가져오면 첫번째 경기 승리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4세트를 8-11로 내준 정영식은 5세트에서 4-11로 무너지고 말았다. 아쉬움이 큰 승부였다. 정영식은 경기 후 "단식때도 아쉽게만 하고 지고, 단체전도 아쉽게만 하고 져서 아쉽기만 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쉬움만 남는 것은 아니었다. '공중증(恐中症)'을 넘을 수 있는 희망이 보였다. 한국 탁구는 중국만 만나면 힘을 잃었다. 탁구인구만 3000만명이 넘는 중국을 따라잡기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영식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 격파'의 가능성을 남겼다. 정영식은 9일 개인전 16강전에서 '최강' 마롱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가는 대접전을 펼쳤다. 이번 장지커 전에서는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정영식은 "개인전 때는 첫 올림픽이라 흥분했던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냉정하게 잘했다. 그런 점에서는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상대의 변칙플레이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영식은 "장지커가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 비디오를 많이 봤다. 나와 비슷한 스타일이기도 해서 연구를 많이 했다. 초반 연구한 부분이 잘 이루어졌는데 마지막에 상대가 잘하는 플레이 대신에 다른 플레이로 바꾸더라. 그것을 간파하는게 늦었다"고 했다.

한단계씩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정영식은 '언젠가는 중국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는 "예전에 마롱을 만나면 공을 줍다가 끝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발전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선배들이 '중국 못이긴다' 이야기를 하면 나는 '솔직히 한계가 어딨어. 다른 종목에도 다 이변이 일어나는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은 못했다. 내가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겨서 '중국 이길 수 있다'고 하면 후배들이 보고 따라 올 수 있다. 언젠가 후배들에게 그런 말 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중국에 0대3 완패한 남자 대표팀은 이제 17일 독일과의 3~4위전을 남겨두고 있다. 남녀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탁구의 마지막 희망이다. 정영식은 "올림픽을 위해서 준비 많이 했다. 힘든 것도 있고 기쁜 것도 있었다. 마지막 3~4위전에 왔으니 유종의 미를 거둬서 메달을 따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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