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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신' 양학선(24)이 빠진 도마 세상은 북한판 '도마의 신' 리세광(31)의 천국이었다.
1차시기에서 난도 6.4점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무릎 펴고 앞으로 몸접어 2바퀴 공중돌며 반바퀴 비틀기)를 시도한 리세광은 착지가 다소 불안해 수행점수 9.216점에 그쳤다. 합계 15.616점. 2차 시기에서 주무기인 난도 6.4점의 리세광(뒤로 몸굽혀 2바퀴 공중 돌며 1바퀴 비틀기)을 시도했다. 착지까지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수행점수 9.366을 더해 총 15.766점을 얻었다. 두 팔을 번쩍 든 리세광은 코치와 함께 포옹하며 금메달을 확신했다. 결국 리세광은 15.514점을 기록한 데니스 아블리아진(러시아)과 15.449점의 겐조 시라이(일본)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북한의 장 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시상자로 나선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리세광은 시상대 위에서 인공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리세광은 경기 후 진행되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제법 긴 시간동안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다소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국내 취재진들의 인터뷰에도 응했다. 리세광은 "우리 군대와 인민들에게 크나큰 승리를 안겨주고,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은 동지께 승리의 보고, 영광의 보고를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세광은 금메달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그렇다. 승리의 기운을 가지고 브라질에 왔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금메달의 원동력으로 "우리의 제일 큰 힘은 정신력이다. 정신력 덕분에 오늘의 금메달이 이뤄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리세광은 도쿄올림픽 출전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힘 닿는데 까지 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학선과 리세광은 라이벌이지만 아직 제대로 진검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한국 도마의 신'과 '북한 도마의 신'이 펼치는 신의 전쟁, 4년 뒤 도쿄올림픽이 그 무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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