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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새벽 리우에서 '금빛 메치기'는 없었다. 유력한 메달 후보로 거론된 남자 유도 73㎏급 안창림(22·수원시청)과 여자 57㎏급 김잔디(25·양주시청)가 조기 탈락 수모를 겪었다. 문득 드는 의아함, '그래도 최상위 랭커인데….' 안창림은 세계랭킹 1위, 김잔디는 세계랭킹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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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으로 6일 아침 시작한 남녀 유도는 지금까지 총 6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남자 60㎏급, 66㎏급, 73㎏급, 여자 48㎏급, 52㎏급, 57㎏급이다. 그 중 세계랭킹 1위가 금메달을 목에 건 체급은 단 하나뿐이다. 여자 52㎏급 코소보의 마일린다 켈멘디가 유일하다. 켈민디는 조국 코소보에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그것도 금빛으로 선사했다. '평화의 무대' 올림픽을 통해 전쟁과 민간인 학살 등 코소보 사태로 얼룩졌던 한서린 고국땅에 희망을 안겼다.
켈민디를 제외하면 세계 랭킹 1위는 모두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남자 60㎏급 우승자는 세계랭킹 18위 베슬란 무드라노프(러시아)다. 66㎏급 정상에는 이탈리아 파비오 바실레(세계랭킹 26위)가 올랐다. 안창림이 조기 탈락한 73㎏급 금메달 리스트는 일본의 오노 쇼헤이(세계랭킹 4위). 여자 48㎏급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선수도 세계랭킹 1위가 아닌 3위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다. 57㎏급에선 김잔디를 제압한 세계랭킹 11위의 실바가 브라질 유도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은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에 따른 포인트로 결정된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 900점, 마스터스 700점, 그랜드슬램 500점, 아시아선수권 400점, 그랑프리 300점이다. 큰 대회일수록 포인트가 많이 걸려있다. 남자 66㎏급 안바울은 3030점으로 세계랭킹 2위 다바도르즈 투무르쿨렉(몽골·2480점)에 550점 앞선다. 지난해 아스타나 세계선수권, 월드마스터스,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올 뒤셀도르프 그랑프리까지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60㎏급 김원진도 2330점으로 2위 오르칸 사파로프(아제르바이잔·2040점)보다 290점 높다.
그런데 문제는 하위 랭커라고 실력이 마냥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남자 73㎏급 금메달리스트 오노가 대표적이다. 오노는 포인트가 1554점으로 안창림(2658점)보다 1000점 이상 낮다. 랭킹 포인트만 놓고 보면 결승 진출은 고사하고 8강이나 4강에서 탈락할 실력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출전한 국제 대회가 단 2개 뿐이다. 2015년 세계선수권, 올해 뒤셀도르프 그랑프리다. 결과는 모두 우승. 실력과 상관없이 출전 대회가 부족해 포인트가 낮을 수밖에 없었고 세계랭킹도 4위로 처졌다.
세계랭킹만 믿다가는 발등 찍힌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10위권 밖에도 강자가 수두룩하다. 가뜩이나 유도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아무리 빼어난 기량을 보유해도 순간적으로 균형이 흐트러지면 언제든 한판으로 허무하게 패할 수 있다.
잦은 대회 출전으로 인한 정보 노출의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 선수들은 특히 각종 국제대회를 빼놓지 않고 출전한 탓에 주특기 등 장단점이 훤히 노출돼 있다. 유력한 메달 후보 안창림이 16강에서 패한 것도 상대가 그의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잔뜩 경계, 잡기 싸움에서부터 소매를 내주지 않았던 탓이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싸움이다. 세계랭킹이 높을 수록 대진운이 좋다는 이점도 존재하지만, 그만큼 경계대상 1호로 집중분석의 타깃이 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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