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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리우행 박태환, 올림픽 3연속 메달 가능할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7-03 21:27


21일 오후 전 수영국가대표 박태환이 25일부터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리는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 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태환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21.

'마린보이' 박태환(27)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길이 열렸다.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염기창 수석부장판사)는 1일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의 올림픽 대표 선발 기준을 충족한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박태환은) 대한수영연맹의 수영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 제6호에 의한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며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 수영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지위가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과거행위인 (박태환의) 도핑을 이유로 국제대회 참여를 제한한 것인데, 이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내린 징계와 별도로 다시 징계를 하는 것으로 WADA코드에 반하는 결격 사유"라며 대한체육회의 처벌이 '2중 징계'라고 판결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기간이 지난 올해 4월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 4종목에서 모두 출전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도핑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체육회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박태환 측은 CAS에 이러한 결격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를 잠정 처분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부지법에도 2중 징계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이달 23일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판결로 박태환은 리우올림픽 출전이 유력해졌다. 대한체육회 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단 결과도 봐야 한다. CAS의 입장까지 들어본 뒤 박태환의 출전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해당 사건에 'CAS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체육회 정관이 효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데다, CAS 역시 박태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CAS는 201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약물 복용과 관련해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해당 선수에 대한 가중 처벌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CAS의 잠정 처분은 다음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환의 법률대리인인 임성우 변호사는 "조만간 내려질 CAS의 잠정 처분 결과와 관계없이 국내 법원이 박태환의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한 것"이라며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절차가 남아있지만, 박태환의 리우행은 기정사실화됐다. 자연스레 관심의 초점은 박태환이 리우에서 거둘 성적표에 모아진다. 박태환이 이번 올림픽 출전에 목을 맨 것은 명예회복을 위해서였다. 출전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지만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경우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일단 지금까지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박태환은 2일 막을 내린 호주 수영 그랑프리대회에서 자유형 100m 9위(51초29), 200m 4위(1분50초10), 400m 3위(3분49초18)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는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약 22개월 만에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박태환 측 관계자는 "선수가 심적 부담이 심해 기록이 안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국내에서의 올림픽 출전과 관련 문제를 가족과 변호인에게 일임한 뒤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몸은 떨어져 있었어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경기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던 상황.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200·100m 출전이 유력하다. 현실적으로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주 종목인 400m다. 올해 박태환의 이 종목 최고 성적은 4월 동아대회에서 세운 3분44초26이다. 올 시즌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맥 호튼(호주)이 세운 3분41초65의 기록과는 거리가 있지만 2위(3분43초55·쑨양)과 3위(3분43초79·코너 재거)와는 해볼만 하다. 박태환은 그간 국내에서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번 판결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된 것은 물론 심리적 안정감까지 얻게됐다. 명예회복이라는 동기부여까지 갖고 있는 박태환이 막판 컨디션 회복에 성공할 경우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꿈도 가능할 전망이다. 박태환 측은 대한체육회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빠른 준비가 메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태환은 이달 중순 잠시 귀국한 뒤 미국으로 떠나 리우올림픽을 앞둔 최종 마무리 훈련을 할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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