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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수원, ACL 4차전 희망보이는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4-05 21:47


3월 15일 오후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3차전 수원 삼성과 멜버른 빅토리의 경기에서 수원 삼성 곽희주가 볼다툼을 하고 있다.



'벼랑 끝? 그때와는 다르다.'

수원 삼성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벼랑 끝 일전을 벼르고 있다.

수원은 현재 ACL G조 조별리그에서 2무1패(승점 2) 최하위로 처져 있다.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4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16강 진출 희망이 무산될 공산이 크다.

ACL 조별리그 순위는 승점이 같으면 승자승-골득실-다득점 순으로 가리기 때문에 이번 멜버른전을 이겨놓고 봐야 한다.

이래저래 낙관적인 환경을 찾아보기 힘든 궁지에 몰린 상황.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때의 수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지옥 원정의 부담을 덜었다. 지난달 15일 멜버른과의 3차전(0대0 무)만 해도 수원은 크게 불리했다. 3월 12일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0대2 패)을 치르자마자 18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원정길에 올랐다. 날씨도 한국은 꽃샘추위였던 반면 호주는 초여름이어서 시차·환경 적응에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당시 수원은 악조건 원정으로 인해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못한 채 젊은 선수 위주로 1.5군을 출전시켰다. 이제는 상황이 정 반대다. 멜버른은 지난 2일 호주 A리그 경기를 치른 뒤 먼 길을 날아왔다. 손님을 기다리며 멜버른전을 준비한 수원은 전력 가동에서도 3차전에 비해 한층 개선됐다. 멜버른과의 3차전에 가동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권창훈 김건희, 산토스를 출격시킬 수 있다.

특히 권창훈과 산토스는 현재 수원 공격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핵심 자원이다. 산토스는 최근 K리그 2경기 연속골로 골감각을 끌어올리는 중이고 권창훈은 올림픽대표팀 알제리와의 2차례 평가전에서 골을 넣는 등 펄펄 난 데 이어 2일 상주와의 K리그 3라운드(2대1 승)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는 중이다.


도움 랭킹 공동 선두(2개)로 팀을 든든하게 이끌고 있는 염기훈의 '택배 마술사' 솜씨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권창훈, 산토스의 존재가 더 절실하다.

여기에 부상으로 빠졌던 이상호가 복귀했다. 오장은 조동건 이정수 등은 ACL 엔트리 등록을 하지 못해 가동할 수 없지만 베테랑에 속하는 이상호가 젊은 선수 위주의 미드필드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다.

그동안 불안감을 보였던 골키퍼 노동건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도 전과 다른 청신호다. 노동건은 2일 상주전에서 서정원 감독으로부터 "크게 향상됐다"는 칭찬을 받았다.

또다른 희망 요인은 수원이 이번 멜버른전을 코 앞에 두고 비로소 승리를 맛봤다는 점이다. "리그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오랜 시간 승리를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나쁜 흐름을 끊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는 서 감독의 말대로 시즌 첫 승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승리' 이상이다.

5경기 연속 지긋지긋한 무승을 겪다가 승리감을 맛보자마자 멜버른을 상대함으로써 상승세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다.

20일 전 3차전과는 전혀 달라진 환경을 맞이한 수원. 벼랑 끝에 섰지만 허망하게 추락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이 있어 든든하다. 수원의 반전 드라마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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