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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그녀'장미란,장미운동회를 소리없이 돕는 사람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20:41




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선 탈북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장미운동회'가 열렸다.

베이징올림픽 '역도여제' 장미란이 이사장으로 있는 장미란재단에서 2013년부터 3년째 지속해온 운동회다. '장미란 이사장'은 힘이 세다. 세계를 들어올리던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때도 그랬지만, 이사장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지금은 더욱 힘이 세다.

힘의 원천은 '함께'다. 장미란재단은 전현직 국가대표 올림피언들로 구성된 멘토 그룹의 힘으로 움직인다. 여호수아, 김건우(이상 육상), 사재혁(역도) 남현희, 정진선, 최병철(이상 펜싱),박성현, 윤미진, 주현정(이상 양궁), 한유미, 한송이(이상 배구) 등 종목 불문,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태릉누나' 장미란의 부름에는 두말 없이 달려온다. 청소년, 꿈나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짜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달리고 넘어지며 참여한다. 이날 장미운동회 현장에서도 김건우 여호수아 주현정 윤미진 등 멘토들은 '흑장미' '백장미' '들장미' '금장미' 팀의 리더로 맹활약했다. 단체 줄넘기. 단체피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각팀의 자존심을 걸고 올림픽 못지않게 치열하게 격돌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육상 10종 경기 은메달리스트인 김건우는 열혈 멘토다. 경기중 눈가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 즐겁다. 여명학교 학생들이 마음을 열지 않을까봐 걱정도 했는데, 함께 달리고 땀흘리다보니 금방 친해졌다. 한국을 선택한 이 아이들이 이곳에서 꼭 꿈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우리가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명학교 2학년 김모 군은 "장미란 선생님이 2008년 베이징 금메달리스트라고 들었다. 이런 분과 함께 운동회를 하고, 함께 뛴 기억은 평생 남을 것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장미란과 멘토들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수동적, 기계적으로 운동하고, 메달리스트 이후의 삶에 무심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선수로서 받았던 국민의 사랑을 사회로 환원하고, 후배들을 위해 봉사하는 한편,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하고, 연대한다. 스스로 길을 열고, 선후배들의 길을 열고, 사회에 긍정적인 스포츠인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엘리트 선수들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장미란과 선수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작은 열매를 맺으며, 이들을 소리없이 돕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올림픽 공식후원사인 한국코카콜라, 비자코리아는 물론, 오뚜기, 신신파스 등 국내 기업들도 장미란이 하는 일을 물심양면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날 장미운동회에는 비자코리아의 직원들도 함께 했다. 체육관 한켠에서 정윤영 비자코리아 상무가 흐뭇한 미소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정 상무는 "장 이사장과는 2012년 런던올림픽때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선수 이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우리가 하고 싶은 사회공헌과 뜻이 잘 맞았다"고 했다. "사실 마음만큼 여유있게 지원하지는 못하지만, 매년 뜻을 함께하고, 한결같이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올림픽을 후원하다보니 비인기종목, 어린 선수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장미란재단의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애정과 신뢰가 있다. 팬들도 인기종목에만 치우치지 않고, 비인기종목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미란 이사장에 대한 '촌평'은 칭찬일색이었다. "장미란은 한마디로 '진국'이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한결같고, 진솔하다. 앞으로도 재단 활동이 더욱 잘돼서 비인기 종목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까지 쭉 함께갈 것"이라며 '의리'를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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