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수가 왜 우리나라 대회에서 못뛰는지 모르겠다."
신종훈은 "복싱을 시작한 중학교 때부터 14년간 링 위에서 최선을 다했다.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보겠다고 매 맞으며 돈을 벌었고, 우리 가족에겐 너무나 편안한 집도 장만했다"면서 "AIBA는 경기당 200만원도 안되는 파이트머니를 받고 APB대회에 출전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출전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줬다"고 했다. 이어 "그런 경기라도 1년에 50번정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작 1년에 5개 전후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APB대회만 출전해서는 먹고살기 쉽지 않다는 것.
"리우 올림픽에 대한 열망으로 열심히 훈련을 해왔지만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부당한 처우에 일방적으로 따르기를 원하는 윗분들의 강압까지 있다"며 "국가대표 신종훈이 아닌 먹고 살기 위해 운동하는 신종훈으로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가대표에서는 은퇴하지만 내년 AIBA 징계가 해제되면 그동안 저를 응원해주시고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에 대해 끝까지 믿어준 분들을 위해 국내 시합에서 지금까지와 같이 최선을 다하는 복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신종훈은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법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훈은 소속팀(인천시청)이 있으니 전국체전이라도 뛸 수 있게 해주거나 APB에 전념할 수 있도록 스폰서를 잡아달라고 부탁했으나 대한복싱협회는 이를 모두 거부하고 무조건 APB대회 출전만을 강요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신종훈은 중국에서 열린 APB대회가 아닌 전국체전에 출전했고, 결국 AIBA가 1년6개월의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 7월 복싱협회는 AIBA측과 협상을 해 APB대회와 국제대회 출전만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징계를 풀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국 AIBA의 요구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까지 인천시청과 계약이 돼 있는 신종훈은 전국체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면 내년엔 계약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APB에만 전념한다면 훈련을 개인적으로 따로해야해 그 비용만해도 만만치 않고 수입이 보장되지 않기에 선뜻 APB에만 나가겠다고 결정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함상명의 경우는 APB에 출전을 하면서 국내대회도 나가고 있어 형평성 문제에서도 차이가 난다.
내년엔 선수 생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AIBA의 징계가 내년 4월에 끝나지만 AIBA와의 APB출전 계약은 내년말까지다. 계약서대로라면 내년말까지 국내대회를 뛸 수 없다. 국내대회를 뛸 수 없는 선수에게 연봉을 줄 실업팀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신종훈은 내년엔 무적선수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신종훈은 리우 올림픽의 꿈을 포기하고 법적인 투쟁을 통해서라도 국내대회에 나가기로 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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