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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배드민턴선수권을 얼룩진 판정의혹 한국이 당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8-16 07:10


유연성-이용대가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패자의 변명이 아니다. 너무 심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2015년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애매한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단식(성지현)과 남자복식(유연성-이용대) 동메달에 그쳤다. 결과는 동메달이지만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이 대회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에서 나오는 얘기다.

한국 대표팀을 이끈 이득춘 감독은 "더 좋은 성과를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모든 게 나의 책임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자카르타에 운집한 해외 언론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너무 많이 당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지현과 카롤리나 마린의 준결승이다. 마린은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의 강호였고, 성지현은 세계 8위다. 세계 랭킹으로 보면 성지현의 열세다. 하지만 15일(한국시각) 벌어진 준결승에서는 성지현이 경기 내용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심판의 애매한 경기운영이 성지현의 의욕을 빼앗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린은 성지현과 경기를 치르는 내내 코트에 땀이 떨어져 미끄럽다는 이유로 레프리(주심)에게 걸핏하면 어필을 했다.

당시 레프리는 유럽 출신이었다. 흔히 배드민턴에서는 선수가 코트에 땀이 떨어져 미끄럽다는 이유로 어필을 하면 곧바로 수용하지 않는다.

상대 선수도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시간을 끌기 위한 교묘한 술책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 선수인 마린은 걸핏하면 레프리에게 바닥이 미끄럽다느니,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힘들다드니 어필을 했다.


공교롭게도 성지현이 득점을 하는 등 상승세를 탈 때였다. 으레 선수들은 상대가 치고 올라온다고 싶을 때면 레프리에게 어필을 빙자해 시간끌기를 하고 상대의 상승세에 맥을 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전략도 정도껏이다. 성지현을 상대한 마린은 시간끌기 작전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이 때 레프리가 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은 경고를 주는 것이지만 마린의 어필에 대해서 주심은 한 번도 경고를 주지 않았다. 현장을 지켜본 홍콩 등 외신 취재진이 '보이지 않는 편파 판정 아니냐. 진정한 승리자는 성지현이 맞다'고 할 정도였다. 외신에서는 벌써부터 성지현이 애매한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고 이번 대회의 오점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마린이 레프리를 향해 그렇게 어필을 할 정도였다면 경고를 주는 게 정당한 판정이었다는 게 해외 전문기자들의 판단이다. 특히 마린이 성지현과의 준결승에서 보여준 행위는 경고를 떠나 경고 누적에 따른 몰수패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미 외신들은 '진정한 승자는 성지현'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세계선수권에서 오점을 남긴 판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어 벌어진 유연성-이용대의 남자복식 준결승에서도 웃지 못할 판정 실수가 나왔다.

개최국 인도네시아 세티아완-아산과의 경기에서 1세트를 내 준 유연성-이용대가 2세트에서 17-17 박빙을 이루는 상황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숏 서비스가 아웃이었다. 이를 리시브 하려던 이용대가 아웃을 외쳤고 선심은 '인'을 선언했다. 한국은 '콜렉션(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한데 하필 그 구역은 숏 서비스 지역이라 비디오 판독용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다면 레프리는 '콜렉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판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성지현의 준결승과 마찬가지로 유럽(프랑스) 출신의 레프리는 공의 착지점을 보지 못한 채 선심의 판단에 손을 들었다. 한국 선수가 요청한 비디오 판독은 '불가능'이었다. 판독용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한 세트 21점 경기에서 이런 판정은 치명적이다. 결국 유연성-이용대는 추격에 실패했다. 결승행 문턱에서 약속이나 한듯이 잇달아 고배를 마신 성지현과 유연성-이용대. 패자는 할 말이 없지만 애매한 판정이 자꾸 뒷덜미를 잡는다. 대회가 치러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파견된 외신 기자들은 말한다. "유럽 심판들이 너무 무식하거나, 세계선수권대회의 명성을 살리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희생양은 공교롭게도 한국이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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