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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여자단식의 간판 성지현(새마을금고)이 세계선수권에서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다.
이로써 성지현은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준결승에 진출해 동메달을 거머쥔 것으로 만족했다.
아프고 힘든 결전이었다. 성지현은 지난 2013년 광저우대회 16강에서 마린에게 패한 적이 있는 터라 설욕을 별렀다.
설욕에 성공할 것 같았다. 1세트를 빼앗겨 불안하게 출발했던 성지현은 2세트 들어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 플레이로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다리를 절둑거리며 일어난 성지현은 심판에게 요청해 오른쪽 허벅지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렸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상투혼을 벌인 성지현은 8-4로 뒤집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또 같은 대각선 공격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또 넘어졌다. 그래도 성지현은 13-8로 달아나며 불같은 투혼에 빛을 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마린의 스매시가 얼굴로 날아드는 바람에 흠칫했던 성지현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또다른 불운이 닥쳤다. 13-13 박빙의 상황에서 성지현의 코트로 떨어진 공의 인-아웃이 애매했다. 선심은 인을 선언했지만 성지현은 챌린지(비디오 판독)를 요청했다.
한데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으로 나왔다. 하필 그 순간의 영상에 제대로 찍히지 않았던 것. 선심의 선언대로 성지현의 실점이 됐다.
이후 성지현은 4점을 더 허용하는 등 연속 10실점으로 무너지며 결승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특히 이날 경기장에서 성지현은 외로웠다. 한국을 응원하는 이는 거의 없었고, 인도네시아 관중 모두가 마린을 응원했다. 스페인 국기를 앞세운 스페인 남성 관중 몇명이 '카롤리나' 연호를 유도하자 인도네시아 관중들이 함께 따라했다. 성지현은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잘 싸웠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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