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우리가 몰랐던 광명스피돔 엿보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8-13 07:32


◇그동안 경륜 만을 위한 공간으로 알려졌던 광명스피돔은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로 자리 잡고 있다. 대형 태극기가 걸린 광명스피돔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무료 대여해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멀티'가 대세다.

스포츠 시설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경기장' 역할에서 벗어나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 공연 등 '대형 이벤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시민 친화적 공간은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광명스피돔은 그동안 '경륜' 만을 위한 공간으로 오해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갖가지 즐길거리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경륜 팬 뿐만 아니라 사이클 동호인,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8일 광명스피돔을 직접 찾아봤다.

사이클 동호인의 '성지'

광명스피돔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이 지난 2003년 3월 첫 삽을 떠 2년 9개월 간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완공 당시 세계 최대의 돔형 벨로드롬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한 전면 유리 설계로 건축미를 살렸고, 견고한 구조를 갖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완공 단계에 접어든 서울 고척돔도 건설 과정에서 광명스피돔 사례를 참고해 도움을 받았다. 광명스피돔은 국제사이클연맹 표준규격에 맞춘 벨로드롬에서 4계절 내내 경기가 가능해 국내외 사이클 대회 장소로 가장 먼저 손꼽히고 있다.

사이클 동호인 사이에 광명스피돔은 '성지'다. 싱글바이크 등 선수 못지 않은 장비를 갖추고 도심을 누비는 동호인들이 체계적으로 주행법을 익히고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 경륜훈련원에서 후보생들이 사용하는 장비인 '롤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 곳에서 개인 훈련 뿐만 아니라 사이클 전문가로부터 주행법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전액 무료인 만큼 주말이 되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이클 동호인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에게도 광명스피돔은 좋은 놀이터다. 광명스피돔 외부에 위치한 '페달광장'을 찾아가면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즐길 수 있다. 단순히 자전거만 대여해주는 게 아니라 안전모 등 장비를 착용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이밖에 농구장 2면과 최신 인조잔디가 갖춰진 풋살경기장 2면도 설치돼 있어 광명 지역 청소년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어른-아이 모두 만족하는 '세대 초월 공간'


광명스피돔에는 치열한 승부의 열기와 문화가 공존한다. 벨로드롬에서 펼쳐지는 경륜 경기 외에도 갖가지 문화 시설이 눈길을 끈다. 2층에 위치한 스피돔 라운지는 주말마다 음악-댄스 공연 및 마술쇼 등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면서 경륜 팬과 시민들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라운지 바로 옆은 어린이를 위한 가족 북카페와 유아놀이방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곳에서는 구연동화, 체험 만들기 교실 등이 상시로 펼쳐지면서 가족 단위 이용객의 방문이 늘고 있다.

심신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광명스피돔은 안성맞춤의 공간이다. 지하 1층에 위치한 광명홀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노래교실과 요가, 스포츠댄스 등 문화교실이 매주 펼쳐진다. 4층에는 카페테리아와 푸드코트를 비롯해 성인들을 위한 북카페와 휴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피로를 달랠 수 있다. 스피돔 미술관에서는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매달 열려 호평을 받고 있다. 광명스피돔 입장료 1000원이면 식사 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스마트 가족에게 딱 맞는 공간이다. 지난 8일에도 일반 경륜 팬 뿐만 아니라 광명스피돔 부대 시설을 즐기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광명스피돔이 단순히 경륜과 베팅을 즐기는 공간 만이 아닌 종합 문화 시설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기에 충분했다.




경륜, 프리미엄을 만나다

최근 광명스피돔은 의미 있는 변신을 시도했다. '프리미엄 경륜'을 위한 팬 친화적인 시설 확장을 시도했다. 지난 5월 말 4층 회원실을 리모델링해 200석 규모의 '그린카드존'을 신설했다. 1인 1매씩 발급되는 그린카드를 이용해 경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벨로드롬이 한눈에 들어오는 쾌적한 시야에서 78대의 그린카드 발매기를 통해 편안하게 경주에 참가할 수 있다. 7월에 개관한 5층 '무지개홀'은 '그린카드존'의 업그레이드판이다. 하루 2만원의 입장료만 내면 경주분석 예상지와 다과 뿐만 아니라 도시락까지 제공한다. 이밖에 유-무인 발매기와 현금인출기, 안마의자 등 별도의 휴식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최소 6명부터 최대 16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3곳의 단체룸도 사전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일반 객장의 번잡함과 달리 공항의 '프리미엄 라운지'를 연상시킬 만큼 깨끗하고 조용한 시설과 이용객들의 매너가 인상적이었다. 경륜 관계자는 "그린카드존, 무지개홀 신설 뒤 이용 고객들이 보다 신사적으로 경륜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용객을 대상으로 보완점을 수렴해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명스피돔의 가치는 그동안 '사행산업'이라는 꼬리표 속에 저평가되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찾은 광명스피돔은 숨겨진 문화공간이었다. 다가오는 주말, 가족들과 함께 광명스피돔에서 승부의 짜릿함과 여가생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광명=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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