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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첫날의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11일 광주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 경기 첫날, 후프와 볼에서 나홀로 18점대를 찍으며, 중간순위 1위에 오른 손연재는 경기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렇게 썼다. 혼신의 힘을 다한 첫날 후프 종목 사진 아래 '끝까지!!!'라고 썼다. 믹스트존에서도 냉정했다. 12일 곤봉, 리본 연기를 앞두고 긴장을 놓지 않았다. "첫날인 만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는 잊고 내일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안방, 기회에 강한 독종
손연재는 안방에서 찾아온 3번의 기회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침착한 클린연기를 펼쳐보였다. 마문, 쿠드랍체바 등 '러시아 1인자'들이 나서지 않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수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종목에서 라이벌들을 압도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매대회 3~4위권을 다퉈온 스타니우타, 리자티노바를 홈그라운드에서 꺾었다. 경쟁자들은 실수했고, 손연재는 실수하지 않았다. '안방불패'다. 인천아시안게임, 제천아시아선수권, 광주U대회까지 3번의 안방 대회에서 '강철 멘탈'로 금메달의 약속을 지켜냈다.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독종'이다. 안방의 부담감을 내려놓았고, 안방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막판 2위 리자티노바의 추격이 거셌다. 3번째 곤봉에서 리자티노바가 18.150점을 받았다. 손연재는 리본에서 18.050점을 따냈다. 마지막 리본에서 리자티노바가 17.950점을 받았다. 손연재는 곤봉에서 완벽한 클린연기,18.350점 최고점으로 응수했다.
실력은 부단한 훈련에서 나온다. 지난 6년간 아침 6시에 일어나, 7~9시 2시간동안 웜업과 발레를 하고, 9시부터~오후 1시, 오후 3~7시까지, 하루 8시간 훈련을 쉬지 않았다. 강도 높은 훈련과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병행하며 부상도 끊이지 않았다. 광주U대회 출전을 위해 귀국한 지난 8일 손연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훈련량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6월 제천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위에 오르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지만, 종목별 결선에서 전관왕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곧바로 러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2주간 강도 높은 '족집게' 훈련을 이어갔다. 감점없는 난도, 연기를 위해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0.1포인트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발끝까지 정확한 반복훈련을 이어갔다. "점수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게 준비했다"고 했다. 맞춤형 훈련은 통했다. 런던올림픽 때부터 줄곧 호흡을 맞춰온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는 '호랑이선생님'이다. 쉴 때는 함께 발레, 뮤지컬 공연을 즐기고, 손연재의 클린연기에 키스를 쏟아붓는 따뜻한 선생님이지만, 훈련시간만큼은 지독하다. '안방불패'는 완벽한 동작을 마음에 들 때까지 무한반복시키는 코치의 열정, '독종' 손연재의 부단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지난 6년간, 손연재의 치료 및 재활을 담당해온 송재형 송피지컬 원장, 멘탈 트레이닝을 전담하는 조수경 박사 등 마음이 척척 맞는 전문가 집단과의 원활한 협업도 큰무대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2010년 첫 시니어 데뷔 이후 지난 6년간 손연재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역사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16세 당찬 막내' 손연재는 언니들을 제치고 개인종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폭풍성장'했다. 2010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 개인종합 32위였던 손연재는 2013년 개인종합 5위, 2014년 개인종합 6위에 올랐다. 2011년, 세종고 2학년때부터 러시아 국가대표들이 훈련하는 노보고르스크센터에서 '나홀로' 유학하며 눈물과 땀을 쏟아냈다. 러시아, 동구권 에이스 틈바구니에서 꿈 하나만 바라보고, 끈기와 오기로 버텨냈다.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시리즈에 잇달아 출전하며 난도와, 경기력, 체력을 끌어올렸다. 런던올림픽, '아시아의 요정' 손연재는 가장 빛나는 샛별이었다.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인 개인종합 5위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 이후에도 '최초' '최고'의 기록은 계속됐다. 2013년 카잔유니버시아드 볼종목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고, 그해 타슈켄트아시아선수권에서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 이즈미르세계선수권 후프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선수권 '사상 첫' 메달의 꿈을 이뤘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멈추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 다음 목표를 2016년 리우올림픽으로 설정했다. 2015년을 준비과정으로 봤다. 6월 제천아시아선수권 2연패에 이어 광주U대회에서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광주 금메달=리우 첫 메달 청신호
U대회 금메달의 의미는 크다. 세상의 모든 메달은 귀하고, 모든 대회의 1위는 값지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을 확인한 인천아시안게임, 제천아시아선수권의 금메달과는 또다른 의미다. U대회가 '대학생들의 축제'라지만 리듬체조는 '월드클래스의 전쟁'이다. 손연재는 "선수촌에서는 분명 축제인데 경기장에 들어서면 다들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는 리듬체조 종목 특성상 전세계 에이스들이 출전하는 U대회의 클래스는 세계선수권, 올림픽 못지않다. '불모지' 아시아 선수끼리 겨루는 대회와는 수준이 다르다. 톱클래스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2011년 선전대회 개인종합 우승자가 '레전드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2013년 카잔대회 개인종합 우승자가 '러시아 1인자' 마르가리타 마문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9월 슈투트가르트세계선수권, 내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광주U대회 개인종합 금메달은 '희망'이자 '청신호'다. 손연재가 내년 여름 리우올림픽에서도 이들을 압도할 경우 사상 첫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 지난해 말 새 프로그램을 받아든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에선 런던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유니버시아드도 세계선수권의 과정, 올림픽 준비과정이라 생각한다."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도 리우행의 준비과정으로 봤다. '런던 톱5' 손연재의 최종 목표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광주에서 라이벌들을 압도한, 개인종합 사상 첫 금메달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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