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의 어두운 실상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대한유도회의 수장은 상식을 벗어나는 폭행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일부 유도계 관계자는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혔다. '윗물'이 망쳐 놓은 한국 유도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 안 교수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소속 학교에서 나온 제자들의 훈련비를 가로채고 전국체전에서 특정선수에게 고의로 지도록 지시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2013년 전국체전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심판에게 '지도' 벌칙을 주라고 지시해 승부를 조작했다. 조인철 교수 역시 경찰 수사 결과 후원금, 선수 장학금, 학교 공금 등 8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안 교수와 조 교수는 남자유도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던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라 충격이 더 크다. 조 교수는 최근 횡령 혐의가 드러나자 남자유도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온갖 비리와 추태에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도 대한유도회는 사태 수습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이 폭력을 행사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 회장은 지난 19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2015년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 날 경기를 마치고 가진 회식자리에서 대한유도회 임원 A씨를 폭행하는 추태를 저질렀다. 대한유도회에서 정관 개정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A씨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무릎을 꿇게 했고 이를 거부하자 맥주잔을 던져 상처를 입혔다. A씨는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찢어져 봉합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춘천경찰서에 남 회장을 폭력행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했고, 사건을 이첩받은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다음달 3일까지 출석할 것을 남 회장에게 통보했다. 앞서 남 회장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경기장에서 출입증 없이 지인을 입장시키려다 안전요원과 출동한 경찰에게 행패를 부린 전례가 있다.
대한유도회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도 경찰과 대한유도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범죄나 폭행 사실로 기소가 됐을 경우 직무 정지가 가능하고 벌금 300만원 이상 형을 받았을 경우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돼 해임할 수 있다'는 가맹경기단체 규정 임원 결격 사유 조항이 있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기소가 되지 않을 경우 추후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전국체전 부정 선수 출전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체전 출전 선수의 검증을 강화하고 부정 선수 적발시 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도 유도 대표팀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당장 7월 초 열리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시작으로 7~8월에 몽골 그랑프리, 러시아 그랜드슬램, 아시아오픈 대만 대회,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가 열린다. 국제대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필요한 세계랭킹이 걸려 있다. 그러나 안팎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사기가 떨어진 유도대표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총체적 난국에 처한 한국 유도의 추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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