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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 '가락고-영파여고 축구 친선경기'가락고 학교 스포츠클럽 여자축구팀 학생들이 영파여고를 맞아 연습경기를 펼쳤다.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여학생들. 송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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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맺은 여자들의 우정, '운동장에서 산후조리원까지' 이지우-이소은(서울 가락고 2)]
서울 가락고 학교 스포츠클럽 '발모아'의 절친 이지우-이소은양(17)은 축구를 사랑하는 여학생들이다. 축구는 이들의 학교생활은 물론, 인생과 가치관을 바꿔놓았다. 축구를 통해 학교생활이 행복해진 두 여학생들이 메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털어놨다. 두 여학생의 글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었다. 지난 2년간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배운 점, 잊지 못할 에피소드, 땀과 눈물로 맺은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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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 '가락고-영파여고 축구 친선경기'가락고 학교 스포츠클럽 여자축구팀 학생들이 영파여고를 맞아 연습경기를 펼쳤다.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여학생들. 송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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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의 에피소드
"일반 여학생들이 소위 '남자들의 격한 스포츠'로 간주되는 축구를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나 또한 고등학교에 올라와 학교 스포츠클럽, '가락 발모아'의 일원이 되기 전까지 지금처럼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축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운동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주고받는 플레이를 해야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 나는 팀플레이를 통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혼자가 아닌 '원팀'이 되는 법을 배웠다. 조직력을 갖추려면 다른 친구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고, 그 친구에게 맞는 좋은 패스,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도하고, 의논해야 한다.선후배들과 운동장 안팎에서 배려하고 인내하고 이해하면서 진정한 사회생활, 공동체 생활을 배웠다. 특히 2014년 서울시 본선 대회 준결승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소은이는 우리 발모아의 동급생 중 가장 뛰어난 에이스였다. 경기 중 소은이가 아파서 내가 교체로 들어가게 됐다. 소은이에 비해 너무 부족했던 나는 부담이 컸지만, 내가 배운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 팀 승리를 위해, 믿고 기용해 주신 선생님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경기중 큰 실책을 범했다. 친구들 덕분에 승리했지만, 경기후 소은이와 나는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서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소은이는 내게 큰 부담을 줬다고 생각했고, 나는 소은이 몫을 해내지 못하고 선생님과 팀에 피해를 준 것만 같았다. 서로 다른 중학교 출신인 우리는 사실 그렇게 친하진 않았었다. 축구를 즐겨하고 좋아하던 소은이는 여자축구 클럽이 있다는 말에 망설임없이 가입했고, 나는 사실 축구라는 격한 운동을 바라만 봤을 뿐 직접 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이정미 선생님의 권유로 축구부에 들어오게 되면서 소은이를 알게 됐는데, 함께 달리고, 도전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상황을 이겨내다 보니 어느새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절친'이 돼 있었다. 김환길 가락고 교장선생님은 늘 발모아 팀의 모토는 '운동장에서 산후조리원까지'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운동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쌓은 우정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의 장점 중 하나는 '함께라는'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 때문에 쉽게 사이가 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의 길이 다를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오늘 함께 뛸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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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 '가락고-영파여고 축구 친선경기'가락고 학교 스포츠클럽 여자축구팀 학생들이 영파여고를 맞아 연습경기를 펼쳤다.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여학생들. 송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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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이의 에피소드
"내게도 서울시 본선 준결승은 평생 잊지 못할 경기다. 계속 무리해서 뛰었던 탓인지 그날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접질린 발목은 테이핑 없인 뛸 수도 없는 상태였다. 굳어버린 허벅지 근육도 정말 아팠다. 어떻게든 뛰어보려고 애썼지만 많이 뛰어야 하는 '레프트윙' 포지션의 심적 부담감은 컸다. 결국 (이)지우와 교체됐다. 지우는 내 포지션에 처음 뛰는 것이었고,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는 지우와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사실 지우도 발이 많이 아팠던 상황이었다. '다 똑같이 힘들고 아픈데 나만 벤치에 앉아 있다니' 몸 관리를 잘못해 중요한 순간 팀에 힘이 되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선생님, 친구, 선배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후, 우리가 이겼다고 다들 부둥켜 안는데 나는 정말 지우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우에게 큰 짐을 지운 것이 미안할 따름이었다. 지우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엄청 울었다. 내가 몸 관리를 못한 탓에, 친구를 힘들게 한 것이 너무 미안했다. 축구를 통해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법을 배운다. 운동을 하면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행동도,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진다. 제일 중요한 건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진 것이다. 함께 운동하고 서로를 응원한다. 학교 생활이 정말 즐겁고 재밌다. 운동을 하면서, 팀 생활을 통해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졸업하고, 결혼하고, 죽을 때까지 평생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 달리는 경험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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