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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체육]스코틀랜드'핏포걸스', 여학생을 뛰게한 비법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6-02 07:01


핏포걸스 프로그램을 통해 체육 활동을 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여학생들. 사진출처=유스 스포트 트러스트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 광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3월, 미국의 타이틀 나인(Ⅸ)법 제정 40주년을 기념 인터뷰에서 여학생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육활동이 아이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믿고 있다. 운동은 여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경쟁의 의미를 알려준다. 연구 결과를 봐도 체육 활동을 열심히 하는 여학생들이 교우 관계가 더 좋다. 타이틀 나인이 제정된 이후 스포츠 활동에 적극 나선 여성들이 현재 여학생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체육을 해야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자신감 있는 여성을 만들어낸다."

1972년 6월 제정된 타이틀 나인은 '미국 내에서 어느 누구도 성별에 기하여 연방 재정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 또는 활동에서 제외되거나 혜택을 거절당하는 등 차별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 성차별 금지 논의로 탄생한 타이틀 나인은 현재 미국 학교 스포츠에 남녀 평등을 뿌리깊게 심은 동력이었고, 전세계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기본 모태가 됐다.

영국의 여학생 스포츠 정책도 '평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성평등의 문제로 인식한 영국은 2004년 '평등 표준:스포츠를 위한 정책 기본틀(Equality Standard: A Framework for Sports)'을 채택해 여성 및 사회적 약자의 스포츠 및 신체 활동 참여를 증진시켰다. 공익재단인 여성스포츠피트니스재단(WSFF)이 여학생 스포츠 참여 계획을 수립하고, 캠페인을 펼치면 정부나 스포츠 조직이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한다. 미국과 영국처럼 오늘날의 스포츠 선진국 대부분이 여성, 특히 여학생들의 체육 활동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고,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으로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음했다.

스코틀랜드와 독일은 여학생의 스포츠 활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거나, 완성단계에 이른 대표 국가다. 스코틀랜드는 2008년부터 '핏포걸스(Fit For Girls)' 프로그램을 도입해 여학생 체육 활동에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핏포걸스는 스코틀랜드 정부가 지원하는 'YST(Youth Sport Trust)'의 주도로 11~16세 여학생의 체육 활동 참여 증진을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YST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다양한 실험을 전개했고, 결과물을 바탕으로 2008년 '핏포걸스' 프로그램을 세상에 공개했다. 2012년에 발표된 핏포걸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첫 해인 2005년 참가학교 중 72%의 여학생이 신체 활동 및 스포츠 참여 증가를 경험했다.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18%에서 27%로 늘어났다. 62.2%의 여학생은 '핏포걸스 프로그램을 통해 이전까지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체육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37.3%의 여학생은 핏포걸스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에는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이끌어낸 다양한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뉴배틀 커뮤니티 고등학교에서는 핏포걸스의 일환으로 스포츠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했다. 체육 전문가를 학교에 지원해, 스포츠아카데미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여학생들에게 농구, 댄스, 축구, 럭비 등 체육 활동을 권장하기 위해 유니폼을 지급하고 다양한 대회 참가도 장려했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를 활용해 아카데미 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운 결과, 4년간 방과 후 아카데미 활동에 참가한 여학생수가 93%나 증가했다. 체육활동을 경험한 여학생들이 친구도 쉽게 사귀며 학교 생활도 더 즐기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스코틀랜드의 덤프리스 중학교의 여학생 체육 활성화 실험은 여성 사회와의 공유를 통해 전개됐다. '핏 매드(Fit MAD:Fit Mother And Daughters Active Together)', 엄마(혹은 여성 보호자)와 딸이 넷볼과 골프를 함께 하는 체육 수업이다.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저학년 위주로 참가자가 차츰 늘어났다. 지금은 '엄마와 딸'의 체육 활동이 지역 사회의 문화가 됐다. 딸은 건강 증진과 다이어트에 효과를 보고, 엄마는 더 활동적으로 사회 생활에 참가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뒀다. 60% 이상의 11~13세 여학생들이 '핏 매드' 참가 이후 체육 활동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보고됐다.

1960년대 국민체육진흥 장기계획인 '황금 계획(Golden Plan)'을 바탕으로 생활 체육 운동이 범국가적으로 추진된 독일은 여학생 체육이 학교와 지역 사회의 협력적인 관계를 통해 활성화됐다. 독일 생활 체육의 밑바탕인 스포츠클럽(Sportverein)과 학교가 프로그램을 같이 개발하고 관리하는 형태다. 각 시 스포츠사무국이 스포츠클럽과 지역 주민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 학교 시설을 이용해 클럽 활동이 이뤄진다. 유럽 16~30세 여성 체육 활동 통계에서 독일 여성은 67%로 유럽국가 중 1위에 올랐다. 현재 독일 국민 전체의 30%가 스포츠클럽에서 체육을 즐기고 있다.

스키 국가대표 출신 여성 스포츠 행정가인 김나미 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국제바이애슬론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여학생들이 농구나 배구를 하고 싶어도 같이 할 친구들이 없거나 적다. 하지만 독일은 마을마다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클럽에 가입하면 언제든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입비도 1년에 8유로(약 1만원) 수준이다. 시에서 지원금이 나오기에 여학생도 체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키 국가대표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무대를 누빈 김 사무총장은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독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밖에 캐나다와 호주는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진행으로 큰 효과를 봤다. 캐나다는 캐나다여성스포츠진흥협회(CAAWS)가 여학생과 여성을 위해 만든 방과후 프로그램(Active After School Programs for Girls and Young Women)을 운영하고, 호주는 '액티브 위민 앤 걸스(Active Women and girls)'로 여학생들의 생활 속 체육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하성룡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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