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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올림피언으로서 부주의했던 점 사죄드린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3-27 15:15 | 최종수정 2015-03-27 15:15


"올림피언으로서 병원을 선택하고, 약물을 처방 받는 전 과정에서 스스로 좀더 의심하고 더 많이 확인하지 않았던 점을 깊이 후회합니다. 죄송합니다."

27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번 청문회 전 과정을 함께 준비했던 우상윤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3일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INA 청문회에서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따낸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의 효력도 상실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수영 올림픽 챔피언로서 쌓아올린 모든 것을 한순간의 실수로 잃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은 겸허하게 고개를 숙였다. 공식 사과문을 통해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실수로 물의를 빚은데 대해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처음 도핑 양성반응을 받았을 때는 뭔가 잘못된 거라 생각했고, 두번째 B샘플도 양성반응임을 확인한 후에는 일부 러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받고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청문회에서도 '왜 너같은 선수가 그런 성분이 몸안에 들어오는 것을 방치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부주의하고 소홀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수영장 밖에 세상에 무지하고 경솔하고 안이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과정이 어찌 됐든 모두 제탓이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인간적으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럼에도 얼마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했다"고 했다. "어떤 비난도 질책도 달게 받겠다. 깊이 자숙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 내년 3월2일, 징계가 끝난 후에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간의 노력들이 모두 '약쟁이'로 치부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쏟았다. "선수로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제가 지금 여기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줄였다. "이후 일정은 연맹 및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해, 시간을 갖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FINA에서 리우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열어줬지만, 국내법인 대한체육회 선발규정(도핑연루자의 3년 자격정지)과 냉담한 여론에 박태환 역시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도, 은퇴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은 "수영선수로 사는 것이 힘들어도 가장 행복했다. 수영선수로서 자격을 상실하는 18개월은 제게 아마도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수영선수로서 당연히 누려온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내가 가졌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고 봉사하는 시간들로 채워가겠다"고 다짐했다. "올림픽이나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사과문 말미에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함께 뛴 후배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무엇보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함께 사력을 다해 메달을 따냈던 선관이, 규철이, 규웅이, 준혁이, 정수, 기웅, 성겸이 등 후배선수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잠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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