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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복 밖에 없어서 큰 마음 먹고 사복을 샀어요."
봄방학인데도 그는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다. 청주 본가를 출발한 어머니 오세명씨(45)가 진천선수촌을 들러 아들을 태워 수상식장에 왔다고 한다. 어머니 오씨는 "청용이가 워낙 옷에 관심이 없고 운동밖에 몰라 평상복이 없어요. 오늘은 누나가 사준 옷을 입고 왔어요"라고 했다.
'사격영웅' 진종오(36·KT)와 이대명(27·갤러리아백화점)을 보며 꿈을 키웠던 소년이 이제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김청용은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가대표가 된 후 1년 만에 18년 선배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진종오, 9년 선배 이대명을 제쳤다. 오랫동안 진종오와 이대명이 남자권총을 이끌었는데, 김청용이 가세해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김청용은 한국사격의 벼락같은 축복이다.
중학교 2학년 초, 우연히 사격과 인연이 시작됐다. 학교 운동장에서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는데, 체육선생님이 "이웃학교에 사격부가 있는데, 사격해보고 싶은 사람 나와보라"는 얘기를 듣고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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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잡이들의 세상' 사격에서 김청용은 희귀한 왼손잡이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같은 왼손잡이를 딱 한 번 봤다고 한다. 사대에 서면 이웃 사대의 오른손잡이 선수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 예민한 종목의 특성상 상대 선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청용은 "경기 때는 바닥과 표적만 봐요. 상대 선수를 의식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라고 했다.
그동안 10m 공기권총만 쐈는데, 얼마전에 진종오 이대명처럼 50m 권총을 시작했다. 공기권총과 화약총을 사용하는 50m 권총은 거리는 물론, 반동과 격발시 감각 등 여러가지로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창원월드컵 대표선발 1차전에서 10m는 1위, 50m는 2위에 올랐다.
코카콜라체육대상은 신예 스포츠 스타들의 등용문이다. '아테네 탁구영웅' 유승민이 1997년, '피겨여왕' 김연아는 2005년, '마린보이' 박태환은 2006년에 신인상을 받은 후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이제 김청용이 선배들의 뒤를 따를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