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검찰이 직접 밝힌 박태환 수사결과 살펴보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2-06 14:10



"검찰이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으로 믿는다."

박태환 소속사 팀GMP는 지난달 26일 '도핑 보도자료' 이후 줄곧 침묵했다. 지난달 20일 병원측을 고소했고, 25일 당사자인 박태환이 직접 검찰 소환조사에 응했다. 법조계를 통해 박태환의 도핑 연루 사실이 흘러나왔다. 26일 밤 박태환측은 급히 보도자료를 내면서 충격적인 도핑 뉴스가 세상에 알려졌다. 선수 보호를 위한 자구책이었지만, 이후 박태환측의 일관된 침묵에 대해 처음엔 대중도, 언론도 이해하지 못했다. 세계수영연맹(FINA)의 엄격한 기밀유지룰 때문이었다. 청문회가 끝나기 전까지 도핑 관련 당사자나 해당 연맹은 도핑에 관한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보도자료를 낸 이후 박태환측은 연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지만, 이 때문에 칼자루를 쥔 FINA의 규정을 어길 수는 없었다. 궁극적인 목적지는 FINA 의 청문회다. 철저히 함구했다. "검찰 조사중인 사안이다. 검찰이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으로 믿는다. FINA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달 말 검찰 브리핑을 통해 첫 뉴스가 흘러나왔다. "박태환이 남성호르몬 '네비도'를 투여했다"는 한줄에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과정은 중요치 않았다. 기밀유지 의무가 없는 이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박태환의 수영인생이 걸린 일이기도 하지만, 병원측의 운명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진료실 안의 내밀한 대화는 박태환과 A원장, 둘만이 아는 '진실게임'이다. 박태환은 입을 열 수 없는 상황에서 한쪽의 주장이 쏟아졌고, 충격적인 내용에 여론은 요동쳤다. 박태환측은 그저 "답답하다"고만 했다. 박태환은 이달 말로 예정된 FINA 반도핑위원회 청문회 전까진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할 수도, 대중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궁금해 하던 박태환측의 입장은 6일 검찰 수사결과를 통해 일부 알려졌다. 검찰은 박태환에게 네비도 주사를 놓은 T병원의 A병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오전 법조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티타임을 가졌다. 공식 브리핑이 아닌 극소수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티타임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했다. 검찰이 공소사실과 수사내용을 설명했고, 법조기자들의 질의 응답이 자유롭게 오갔다.

박태환 '네비도' 모르고 맞았다

지난달 20일 박태환의 고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이후 검찰은 박태환과 박태환측 참고인, A원장, 간호사 등 의원 관계자, 박태환을 T의원에 소개한 뷰티스타일리스트 등 관련자 10명을 소환조사했고, T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및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의료전문가들을 상대로 자문을 구하거나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A원장이 지난해 7월 29일 금지약물인 네비도를 박태환에게 주사하는 과정에서 부작용, 주의사항을 제대로 확인해 설명하지 않은 채, "도핑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피하주사를 통해 체내에 투여했다고 밝혔다. 주사 처치 내역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 업무상 과실치상혐의와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의사도 박태환도 네비도가 금지약물인 줄 몰랐으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약물의 성분, 주의사항 부작용을 확인해 설명해야할 의무는 의료인인 A원장에게 있다고 봤다.

박태환은 2013년 10월30일 뷰티컨설턴트 B씨의 소개로 해당병원을 처음 찾았다. 당시 매니저였던 손모씨는 "세계적인 유명선수이므로 세계반도핑 기구 사용금지 약물을 투여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2013년 7월25일 손씨에 이어 인천아시안게임때까지 일시적으로 박태환 관리를 맡은 '매형' 김모씨 역시 병원을 찾아 같은 취지의 요청을 했다. 박태환 역시 수차례 금지약물이 투여되는 경우가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2014년 7월 29일 A원장이 박태환에게 남성호르몬 보충을 위해 네비도를 주사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나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과정을 누락했다. 검찰은 이부분에서 의사의 주의 의무가 태만했다고 봤다. A원장은 네비도내 테스토스테론이 체내 생성되는 성분이므로 도핑과 무관하다 생각하고 간호사에게 네비도 주사를 지시했다. 선수가 도핑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부작용 주의사항 성분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체내에 있는 성분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고, 간호사에게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 주사 4ml를 피하주사 방식으로 엉덩이에 주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주사 이후 박태환은 일주일간 보행에 지장을 줄 만큼 근육통에 시달렸고, 피해기간을 알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으로 건강이 침해되는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박태환이 주사제 이름과 금지약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박태환 측이 여러차례 도핑에 주의해줄 것을 요청한 증거도 확보했다. 검찰은 병원에서 1일 보고 형식으로 간호사와 의사가 주고받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박태환님은 스테로이드 성분 크림도, 감기약도 못받으신다고 합니다'라고 기재된 메시지를 제시했다. 2013년 11월 전 매니저에게 보냈다는 처방전 내용 역시 언론에 알려진 바와 같은 '네비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비타민 처방전이라고 밝혔다.


주사기록이 없는 병원 '의료법 위반'

검찰은 의사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갖춰서 서명하도록 돼 있는데 7월29일자 주사부분이 진료기록에서 누락된 부분을 지적했다. "그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것을 주로 하는 곳이 아니라, 건강증진이나 컨디션 관리를 많이 하는 병원이고, 그러다보니 진료기록부 기재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카톡으로 주고받는 비공식적 기재는 다수 발견되는데 그날 치료하고 차곡차곡 기재하는 장부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말대로라면 지난해 12월, 올해 7월에 맞은 주사제의 정확한 성분이 무엇인지, 의료기록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면 "박태환이 무엇인 줄 알고 주사를 맞은 것이냐"는 질문에 검찰측은 박태환이 해당 약물 성분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약이 네비도인지, 테스토스테론이 들어있는 금지약물인지는 전혀 몰랐고, 주사제가 주사기에 들어있는 채로 들어와 약병이나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선수측이 몰랐다고 하고, 몰랐던 것이 맞는 것같다. 매니저를 보내 도핑에 대한 주의의무를 여러번 이야기했고, 처방전도 받아봤고, 스스로 안된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박태환 선수의 약물 지식은 '스테로이드 감기약 이런 것은 안된다' 정도다. 구체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나 네비도가 문제가 된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물론 진료기록부도 없는 병원, 도핑 전문의도 아닌 의사를 믿고 찾은 박태환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반도핑 규정대로 자신의 몸에 들어오는 모든 물질에 대해 선수는 무한 책임이 있다. 도핑 양성반응은 명백한 사실이다. 스스로도 징계를 각오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검찰 고소, 이로 인한 여론의 비난까지 불사하며 고의성 없음을 입증하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달 말 FINA 청문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수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조금 기다려줄 수는 없을까. 검찰이 박태환의 고의성 없음을 인정하고, 해당 병원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FINA 청문회도 하기 전에 선수는 만신창이가 됐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국 여론의 포화를 두들겨 맞으면서도, FINA의 원칙에 따라, FINA의 처분을 기다리며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 후에도, 박태환측의 입장은 똑같다. "FINA 청문회까지 선수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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